비트코인 반감기는 양적긴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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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s Coppola
Frances Coppola 2020년 5월21일 13:00
조각난 동전. 출처= 대영박물관
조각난 동전. 출처= 대영박물관

지난 5월 11일, 63만번째 블록이 채굴되면서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세 번째 반감기에 접어들었다. 비트코인 블록을 한 개 채굴할때마다 주어지던 보상은 12.5 BTC에서 6.25 BTC로 줄어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즈음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2013년과 2017년에 있었던 두 번의 반감기 모두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반감기 역시 잠깐의 급격한 하락 후 지속적인 가격 상승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까? 

이번 반감기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양적완화 조치를 통해 전례없는 양의 돈을 시중에 뿌리고 있는 와중에 찾아왔다. 반감기 직전 마지막 블록을 채굴한 중국계 대형 채굴풀인 F2Pool은 해당 블록에 "연준의 2.3조 달러 투입, 2008년 구제금융 초월"이라는 올해 4월 9일자 뉴욕타임스 머리기사 제목을 새겼다. 

이 메시지의 함축적 의미는 명확하다. 결과적으로 연준의 조치가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양적 완화 조치에 빗대어 비트코인의 반감기를 '양적 긴축'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시각이 틀리게 될까봐 두렵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양적 긴축이 아니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할 때, 새 돈을 찍어서 시중에 유통되는 달러의 양을 늘린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민간에서는 이 돈으로 자산을 사들이고, 물건 값을 지불한다. 이런 돈의 순환이 종국적으로 경제활동을 촉진시키고 물가를 상승시키는 것이다. 

양적긴축은 그 반대다. 연준이 양적긴축을 할 때는 가지고 있는 자산을 민간에 매각하거나, 이미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만기를 연장하지 않는 방법을 쓴다. 시중에 유통되는 달러의 양을 실제로 감소시켜서 활성화된 경제를 안정시키고 물가 하락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양적긴축은 일종의 화폐 파괴인 셈이다. 연준은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해 전고점을 찍고 하락하던 지난 2016년과 2018년 사이에 양적긴축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비트코인의 코드에는 비트코인의 공급을 줄일 수 있는 어떤 메커니즘도 담겨있지 않다. 연준은 시중의 달러를 흡수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유통되고 있는 비트코인을 소각시킬 수 없다. 그래서 반감기를 양적긴축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설명이다.  

연준은 시중의 달러 부족 상태가 금융시장에 심각한 긴장 상태를 야기하자 양적긴축을 종료하고 지난해 9월부터는 달러를 공급하는 방향으로 태세를 전환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제로금리를 도입하고 역사상 최대 규모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착수한 상태다. 곧 달러 유통량은 역대 최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겁에 질린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달러화로 몰려들면서 달러 환율은 계속 치솟고 있다. 연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보면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은 이렇지만 세계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한 침체에서 한발짝 벗어나면 곧장 높은 물가상승이 시작될 수 있다. 그런점에서 이번 비트코인의 반감기는 시기적으로 적절하다. 일단 경제가 대유행으로 인한 침체에서 벗어나면 높은 물가상승을 초래할 것이고 상대적으로 달러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을 보면 비트코인의 반감기가 딱 알맞은 순간에 찾아온 것이고,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자산(달러)보다는 희소성을 가진 자산(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수도 있겠다. 

연준의 양적완화 행위는 반감기 전까지 비트코인 수요를 높여놨다. 이런 상황에서 반감기 이후 채굴 생산성이 둔화되면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벌어지고, 종국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경제에 대해 기본 이해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거나, 수요가 공급만큼 떨어질때까지 가격은 오르게 된다. 

탈중앙화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경우, 처음 짜여진 설정보다 빠르게 공급이 증가할 수 없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공급 속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다. 결국 구매자가 떨어져나가면 비트코인 가격도 함께 떨어질 것이다. 최근 트랜잭션 수수료가 비싸지고 검증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현상은 빠른 시일 내에 발생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반감기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률을 높이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폭락의 시점을 앞당기고 있는 셈이다. 

연준의 양적완화가 이미 비트코인의 가격을 올려놓았고, 반감기가 이러한 상승을 가속화할 수 있다. 반감기 이후의 대세상승은 아직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앞서 두 차례의 반감기에 따른 가격 상승은 모두 폭락으로 마무리됐다. 이번에 대세상승장이 온다 해도 그 수명은 길지 않을 것이다. 

번역: 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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