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 트위터, 탈중앙화의 승리로 귀결될까?
대형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공격한 트럼프, 탈중앙화 기술 관심 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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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jamin Powers
Benjamin Powers 2020년 6월2일 16:00
출처=언스플래시
출처=언스플래시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230조의 개정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통신품위법 230조는 이용자들이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는 콘텐츠에 대한 민사상 책임을 소셜미디어 기업이 지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가 자신이 올린 게시물을 공개적으로 반박하며 팩트체크 버튼을 달았다는 이유로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은 “인터넷상의 자유롭고 개방된 토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오늘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여기 모였다”고 언급하면서 그 위협의 주체로 “소수의 소셜미디어 독점기업”을 지목했다.

다만, 행정명령의 내용을 검토한 법률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원하는 것은 얻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의회의 협조를 구하지 않는 이상 실제로 법을 개정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230조의 폐지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으로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탈중앙화 기술의 본격적인 도입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허위 정보, 검열, 소셜미디어의 권한 등 인터넷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해 정부가 나서는 대신 탈중앙화 같은 혁신적인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통신품위법에 대한 오해

‘헌법의 숭배(The Cult of the Constitution)’의 저자이자 통신품위법 230조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진행해 온 매리 앤 프랭크스 마이애미 법학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수정헌법 1조, 통신품위법 230조 등 어떤 법 조항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며,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 있어 하는 것은 오로지 권력뿐이며, 단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데이비스라이트 트레메인(Davis Wright and Tremaine LLP)의 로버트 콘리비어 변호사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230조의 내용과 적용 방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며, 지난 20년 동안 이어져 온 여러 법원 판례와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해 의회에서 제정된 법을 개정 또는 수정하고, 수백건에 이르는 판례 내용을 뒤집고, 독립적인 연방 기관에 대해 그들의 권한을 넘어서는 행동을 취하라고 명령하는 것은 그야말로 괴이한 발상이다. 소셜미디어 기업의 자체 편집 결정을 두고 그들을 처벌하거나 규제하는 행위 자체가 수정헌법 1조에 저촉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역사적인 법 조항에 대한 충동적이고 정치적인 접근이라면서 반박했다. 통신품위법 230조가 미국의 혁신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일방적으로 훼손하려는 시도는 온라인상의 표현과 자유로운 인터넷 사용의 미래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날 아침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의 시위대에 발포 등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시물에 또 한 번 직접 배너를 달았다. “폭력을 미화해 폭력을 선동할 수 있는 트윗”이라며, 이용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한 것이다.

통신품위법 230조를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는 소셜미디어 기업을 언론사와 같은 정보의 발행 주체로 규정할 수 있는지에 관한 논란이 있다. 소셜미디어 회사가 게시물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편집 행위로 간주한다면 발행 주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코인데스크 칼럼니스트이자 암호화폐 전문 변호사인 프레스턴 번은 이것이 230조의 강력하고 일방적인 면책 기능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230조가 하는 일은 두가지로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첫번째는 소셜미디어 회사나 이용자에 대해 게시물에 관한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이고, 두번째는 소셜미디어 회사가 이용자 게시물을 수정해도 이용자가 법적인 책임을 물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신의 성실의 원칙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소셜미디어 회사에 ‘신의 성실’의 의무를 부여해 ‘문제가 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거할 때 여기에 구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소셜미디어 회사가 그 기준을 임의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230조에는 특정 이용자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정보를 제공할 때 해당 소셜미디어 회사가 발행 주체로 간주해 ‘신의 성실’의 의무를 지닌다는 내용은 없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도 다른 이용자가 플랫폼에 정보를 제공할 때 플랫폼을 해당 정보의 제공자로 간주하지 않는다. 누군가 트위터를 통해 당신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내용의 글을 올려도 트위터나 다른 이용자들은 책임이 없고, 해당 게시물을 작성한 당사자에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조항에서 소셜미디어 회사는 ‘대화형 컴퓨터 서비스(interactive computer service)’로 불린다.)

프랭크스 교수는 소셜미디어와 같은 온라인 중개사가 실질적으로 정보를 발행하는 역할을 하지만, 발행 주체로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가 될 수 있는 콘텐츠를 삭제할 때 소셜미디어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신의 성실’의 범위를 규정하는 데 회의적이라면서 “신의 성실을 말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모든 것은 해당 기업이 정하기 나름이다. 게다가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을 삭제한 게 아니라 게시물에 별도의 주의사항을 덧붙였을 뿐이다. 해당 트윗이 문제가 있지만, 공인이 어떤 말을 했는지 대중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공익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는 취지다.

통신품위법 230조의 제정과 함께 소셜미디어 업계는 번창을 거듭했다. 그 과정에서 소셜미디어는 허위정보가 퍼지는 통로가 됐고, 사회적 불만이 폭발할 때마다 플랫폼에 쏠리는 관심으로 높은 수익을 챙겼으며, 사회적 담론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연방통상위원회(FTC)가 ‘신의 성실’ 규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같은 날 연방통신위원회의 민주당 소속 위원 중 한 명인 제시카 로젠원슬 위원은 “연방통신위원회를 언론의 자유를 빙자한 대통령의 경찰로 만드는 것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프로토콜(Protocol)은 이번 행정명령이 성급하게 작성됐고, 이미 몇 년 동안 백악관에서 표류 중이던 오래된 행정명령을 수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랭크스 교수는 “발끈한 트럼프 대통령의 감정적인 대응은 그동안 230조에 대해서 끊임없이 제기돼 온 정당한 비판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토론마저 막고 있다”고 말하면서, “원칙을 따르는 법 개정 요구마저 의도적으로 묵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연방통신위원회의 전직 보좌관이었던 지지 손은 230조가 ‘불가침 조항’은 아니기 때문에 의회에서 원할 경우 해당 법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들을 처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30조를 개정하면 온라인상의 책임성은 강화되겠지만, 신규 플랫폼에는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 당장 활동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자원이 풍부한 회사가 더 잘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손은 “230조가 제공하는 면책 기능을 이런 식으로 조금씩 제거하면 이미 불리한 처지인 소규모 플랫폼들이 더욱 뒤처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한편으로 대형 플랫폼이 가진 엄청난 힘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플랫폼들이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믿는지 결정할 수 있을 만큼 큰 힘을 가진다면서 “분명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중앙화 기술에 기회 될까?

기술은 새로운 법 없이도 통신품위법 230조를 둘러싼 갈등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지지 손은 서로 경쟁하는 대형 인터넷 플랫폼들이 각자의 기술 사양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서비스의 상호운용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지난 수십년 동안 반독점법의 위세도 점점 약해져 사실상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하다면서, 현재 대형 테크 기업을 해체하자는 주장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차라리 “여러 테크 기업이 서로 기술을 공개하고 상호운용성을 확대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그는 이 방식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해체’하기 위해 사용해야 할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각 기업이 사용하는 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와 정책 등을 경쟁사들과 공유해 사용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탈중앙화나 공개 표준 전환을 의무화하면 새로운 스타트업의 탄생을 촉진할 수 있다. 손은 “트위터와 같은 회사의 힘을 통제하려면 늘 경쟁 상대가 곁에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탈중앙화의 의무화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과거 유선통신 회사들도 1996년 연방통신법(Telecommunications Act of 1996)에 따라 각자의 통신 네트워크를 개방해 경쟁사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했다.

이처럼 하나의 거대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사회적 담론에 미치는 영향을 다른 플랫폼과 나눌 수 있도록 한다면, 이들을 향한 한결같은 비난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손은 설명한다.

트위터는 지난해 말 블루스카이(Blue Sky)라는 탈중앙화 표준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진행 상황은 알려진 것이 없다. 트위터는 이와 관련된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미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탈중앙화 네트워크도 존재한다. 이 가운데 일부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다.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쓰리애로우스캐피털(Three Arrows Capital)의 CEO 쑤주는 트위터 게시물에서 “최근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대형 소셜미디어 테크 기업이 정치에 휘말리는 것을 보면 블록체인이 중심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웹3.0 이론’(Web3 Thesis)이 얼마나 과소평가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탈중앙화 플랫폼 중 LBRY는 트위터 등의 중앙화 플랫폼이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검열이나 탈플랫폼(deplatform)을 자행하는 모습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LBRY는 중립적 프로토콜을 활용해 누구든지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게시하고 그 내용은 조작이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저장되는 플랫폼이다. LBRY의 CEO 제레미 커프맨은 LBRY 플랫폼에서 활성 이용자 수가 지난달 300만명에 육박해 지난 몇 달 사이 거의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대형 플랫폼에서 암호화폐 관련 인물들이 수모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LBRY를 찾는 신규 이용자 수도 늘어난다.

커프맨은 “트럼프 대통령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대형 테크 기업의 중립성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진실의 중개인’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기존 플랫폼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이용자에게 강요하는 실수를 범한다면 우리는 자유 경쟁의 원칙에 따라 LBRY와 같은 경쟁자들이 끊임없이 등장해 이러한 문제가 더 이상 발생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LBRY와 같은 혁신 플랫폼은 트위터나 유튜브의 간섭을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물론 탈중앙화에도 나름의 문제는 있다. 유튜브에서 암호화폐 관련 콘텐츠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크립토비들즈(Crypto Beadles)는 LBRY를 직접 사용해 보면서 여러가지 부족한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경험해 본 탈중앙화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모두 극초기 유튜브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밝히면서 트위터의 네트워크 수준과 LBRY의 탈중앙화 원칙을 결합한 미래 플랫폼의 모습을 그렸다.

이에 대해 커프맨은 트위터가 탈중앙화에 나서고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게 되면 LBRY의 성장을 늦추는 효과는 있겠지만, “트위터는 여러가지 다른 방법으로도 부정행위를 많이 하기 때문에 그렇게 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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