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시장 진화를 이끌어갈 그들이 온다
암호화폐와 전통적인 자산의 경계 흐려지고, 투자의 원칙도 새로 쓰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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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elle Acheson
Noelle Acheson 2020년 7월7일 17:00
출처=언스플래시
출처=언스플래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몇 살인지 나는 모른다. 특정 연령대의 독자를 상정하고 쓰는 글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시장과 암호화폐, 암호자산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가정은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칼럼이 전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뉴스레터의 일부분이므로, 이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당신은 그저 자산 가격의 등락 이상에도 관심이 있을 것이다. 그런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오늘은 새로운 세대가 시장의 변화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려 한다.


시장의 진화를 평가하는 기존의 잣대는 얼마나 정확한가? 여기서 시장은 암호화폐 시장뿐 아니라 모든 시장을 포괄한다. 갈수록 암호화폐와 전통적인 시장의 경계는 흐려질 것이다.

시장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는 물론 중요한데, 갈수록 시장의 모습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이 나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생각이 든다. 읽는 이에 따라 좀 불편한 사람도 있겠지만, 이 글에선 시장의 진화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세대라는 새로운 잣대를 적용해보려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필자를 포함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암호화폐 시장에) 프라임 브로커 서비스가 출현했을 때 이를 반겼다. 최근에 2015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런던의 기관투자자 전문 암호화폐 플랫폼 B2C2가 일본 금융기업 SBI 홀딩스와 제휴를 맺었다. SBI가 B2C2의 지분을 인수하고 암호화폐 플랫폼에 프라임 브로커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B2C2와 SBI의 제휴는 암호화폐 시장이 성숙했다는 증거다. 또한, 기관투자자의 암호화폐 시장 진입을 막고 있던 자본의 구조적인 비효율성이란 장애물을 치운 사건으로 평가할 만하다. 당연히 암호화폐 업계는 이 소식을 대체로 반겼다. 이제 암호화폐 프라임 브로커 서비스가 보편화하면 그만큼 유동성이 늘어나고 수요도 늘어나 암호화폐 업체들의 대차대조표도 나아질 것이고, 자산 가격도 결국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히 새로운 암호화폐의 시대를 열 실마리가 될 만한 사건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새로운 암호화폐의 시대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열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새로운 세대와 함께 나타나는 새로운 문화가 기존의 전통적인 시장의 모습을 암호화폐 시장처럼 바꿔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젊은 세대

현재 지구상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세대가 Z세대다. 현재 10대부터 20대 초반이 Z세대에 속하는데, 미국에서도 인구의 30%가 Z세대다. Z세대는 대부분 아직 돈을 버는 나이가 되지 않아서 적극적으로 투자할 만한 소득이나 저축이 없다. 그러나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Z세대는 앞으로 쌓게 될 부를 지키고 증식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이미 잘 익혔고, 정치적으로도 필요하면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Z세대는 모든 걸 디지털 세상에서 해온 세대다. Z세대는 성인이 되고 나서 휴대폰에 터치 한 번으로 자산을 옮기고 나누는 걸 전혀 낯설어하지 않을 것이다. (휴대폰 터치조차 옛날 기술이 될 가능성도 크다. 헤드셋을 가볍게 움직이거나 디지털 안경에서 어느 부분을 쳐다보면 알아서 자산이 이체되는 식으로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암호화폐 시장을 주류라고 보긴 어렵지만, Z세대는 대체로 암호화폐에 관해서도 잘 아는 편에 속할 것이다. 창의력이 풍부한 암호화폐 자산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있다.

또한, Z세대가 돈을 벌고 투자를 시작하게 되는 시점이 수십 년 만에 경기가 가장 안 좋은 상황이라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고용은 기록적으로 불안하고, 시장의 펀더멘털이 흔들리고 있으며, 현재 시장이 굴러가는 데 쓰이는 법정화폐가 계속해서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갈수록 확실하지 않다. 자연히 기존 금융시장에선 철칙으로 여겨지던 것들의 지위가 흔들리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투자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올해 초 발표된 에델만 신뢰지수(Edelman Trust Barometer)를 보면, 정부와 언론, 기업을 향한 신뢰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자본주의가 스스로 헤어나오기 힘든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에델만 신뢰지수는 2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를 토대로 산출했다. Z세대의 견해는 반영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Z세대가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업도 다 취소되고 집에 머물면서 정부를 향한 신뢰가 줄어드는 부모 세대를 보고 무엇을 느꼈을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새로운 세대, 새로운 습관

Z세대보다 한 세대 앞선 밀레니얼 세대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다들 많이 접했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익숙한 밀레니얼들은 로빈후드 같은 앱을 통해 주식시장에 투자한다"는 식의 설명이다. 자산 가격이 폭락하면 수시로 시세를 확인할 필요는 줄어들 것이다. 다만 마치 게임하듯 쉽게 투자하고 자산을 사고파는 일이 습관으로 굳어지면, 이는 시장에 진입하는 새로운 투자자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 가격이 실제 자산의 내재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 더욱 그렇다. 펀더멘털이 의미가 없어진다면 투자의 기초라는 것도 다 다시 써야 한다.

전문가들은 Z세대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모든 걸 알아서 직접 하는 DIY 세대라는 점을 꼽는다. 그래서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보다도 전문적인 기관투자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훨씬 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유튜브나 틱톡, 아니면 소셜미디어를 접목한 투자 앱을 통해 전략을 공유하고, 바로바로 따라 하면서 또래의 경험을 모방하고 배우면서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필자에게도 Z세대에 속하는 딸이 한 명 있는데, 여기서 미리 밝혀두자면 딸은 새로운 세대의 투자 습관을 유추하는 칼럼을 쓰려던 엄마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딸은 매일 투자하는 데도 관심이 없고, 은행을 딱히 신뢰하지 않는다. 자신의 하드웨어 월릿에 든 얼마 안 되는 비트코인은 좋아하지만, 친구들이 시장이나 암호화폐, 요즘 젊은이들의 투자 방식 같은 데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필자가 친구들한테 대신 그런 걸 물어봐도 되겠냐고 하면 아마 절대 못 하게 말릴 것이다.)

 

새로운 시장

지금까지 살펴본 몇 가지 흐름, 즉 중앙화된 기관과 제도에 대한 불신, 디지털 플랫폼의 보편화, 그리고 기존 시장의 철칙이 흔들리는 현실을 합쳐놓고 보면, 새로 등장하는 세대는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아예 새로 쓸 거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실제로 새로운 세대는 전통적인 투자의 기준이라는 걸 더는 적용할 수 없는 세상에서 시장에 발을 들일 것이다. 또한, "전례 없는"이라는 말이 여러모로 의미가 없어질 만큼 모든 게 다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다. 부모 세대는 물론 바로 위의 밀레니얼 세대까지만 해도 자산을 분류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는데, Z세대는 자산을 기존 방식으로 분류하는 일 자체를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Z세대 전체의 개인 자산을 더해봤자 전통적인 기관투자자가 운용하는 자산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액수일 것이다.

그러나 기관투자자들도 결국, 투자 문화라는 흐름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중앙화된 기관투자자는 완전히 다른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잘 알려진 대로 여러 제약과 견제, 균형 장치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그러나 동시에 연기금, 뮤추얼펀드 매니저, 보험회사 등 대부분 기관투자자에 돈을 대는 건 결국 개인투자자라고 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의 실적, 성과도 개인투자자가 시장에서 어떻게 투자하느냐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투자 문화가 바뀌면 다시 변화를 추동한 새로운 세대도 그에 맞춰 진화할 것이다. 그 결과 전통적인 방식의 투자와 새로운 방식의 투자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점점 더 무의미해질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과 전통적인 시장을 나누던 경계도 점점 흐려질 것이다. 전통적인 시장의 모습도 지금은 예측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바뀔 수 있다.

어쩌면 이미 변화는 우리 곁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B2C2의 CEO 맥스 부넨은 지금까지는 암호화폐 장외거래만 취급하던 B2C2가 다른 자산을 취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BI와 손을 잡은 B2C2라면 새로운 세대가 관심을 둘 만한 자산을 선별해 투자에 필요한 서비스를 발 빠르게 구축할 수도 있다. SBI가 개인투자자들이 대체로 보수적인 시각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일본의 최대 온라인 브로커 회사인 건 사실이지만, 그와 무관하게 B2C2는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암호화폐와 전통적인 자산의 경계는 더욱더 흐려질 것이다.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가 관심을 두는 영역도 점점 더 겹치게 될 것이다.

나는 암호화폐 시장에 전문적인 투자 기법이 도입돼 기관투자자가 더 많이 유입되면 이를 발전으로 받아들이고 환영할 것이다. 그러다 그보다도 더 근본적으로 시장 자체가 진화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진화를 이끌어줄 새로운 세대의 활발한 참여를 자랑스레 여기며 응원할 것이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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