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폰 월릿 피해 신고…첫단추부터 어려웠다
삼성에 신고하면 웁살라가 조사 착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모 기자
박근모 기자 2020년 7월17일 08:15

#1.
30대 ㄱ아무개씨는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월릿이 탑재됐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에 사용해봤다. 지갑 속 암호화폐를 외부 지갑으로 송금하려는데 돌연 암호화폐가 다 사라졌다.

#2.
평소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은 20대 ㄴ아무개씨는 SNS에서 유망한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갤럭시 스마트폰 월릿에 보관했던 암호화폐를 송금했는데, 불법 다단계 사기로 뒤늦게 밝혀졌다.

암호화폐나 ICO에 투자해 봤다면 한번쯤 경험을 해본 상황일 것이다. 이뿐 아니라, 잘못된 지갑으로 송금하는 오입금 사고나 개인키를 찾을 수 있는 '니모닉(mnemonic)' 분실 등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사고가 발생한다.

삼성 블록체인 월릿의 지갑과 댑 리스트 모습. 출처=삼성 블록체인 월릿 갈무리
삼성 블록체인 월릿의 지갑과 댑 리스트 모습. 출처=삼성 블록체인 월릿 갈무리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키스토어'와 '블록체인 월릿'이 탑재된다는 소식이 기다려진 것은 그래서였다. 삼성전자의 사용자 경험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암호화폐 지갑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을지 궁금했다. 갤럭시 스마트폰 월릿 상에서 이뤄지는 피해 상황 접수와 구제 과정을 경험해보니, 실제 다양한 측면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구비돼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삼성전자 측에서 공지한 암호화폐 피해 접수 방법을 보면, 분실이나 사기, 해킹 등 피해가 발생하면 신고를 하라고 돼 있다. 하지만 바로 난관에 부딪혔다. 블록체인 월릿을 아무리 살펴봐도 '신고하기' 버튼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숨어있었다.

블록체인 윌릿 우측 상단의 메뉴를 통해 피해 신고 접수가 가능하다. 출처=블록체인 월릿 갈무리
블록체인 윌릿 우측 상단의 메뉴를 통해 피해 신고 접수가 가능하다. 출처=블록체인 월릿 갈무리

블록체인 월릿의 우측 상단의 '⁞'을 클릭하면 공지사항, 설정, 사용방법, 커뮤니티, 문의하기 등이 나온다. 이 중에서 '커뮤니티'와 '문의하기'가 신고 접수하는 곳이었다. 다만, 삼성전자 콜센터를 통해서도 신고 접수가 가능하는 걸 알고나니 약간 허무했다.

커뮤니티를 선택했을 때 나오는 삼성 블록체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신고 글을 등록하면 된다. 이미 삼성 블록체인 커뮤니티에는 이같은 방식으로 여러 건의 신고 접수가 올라와 있다.

삼성 갤럭시의 블록체인 커뮤니티에 신고·접수가 올라온 모습. 출처=삼성 블록체인 커뮤니티
삼성 갤럭시의 블록체인 커뮤니티에 신고·접수가 올라온 모습. 출처=삼성 블록체인 커뮤니티

삼성전자에 따르면, 블록체인 월릿 사용자의 신고 접수가 들어오면 1차적으로 내부 검토에 착수한다. 해당 사례가 프로그램의 오류로 인한 것인지 혹은 해킹이나 기타 오입금으로 발생한 것인지 파악하는 과정이다. 만약 해킹이나 피싱 등이 원인으로 판단되면, 웁살라시큐리티로 사건을 이첩해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한다.

삼성전자는 웁살라시큐리티로 사건을 이첩하면서 사용자에게 '피해사건 신고' 링크를 전달한다. 신고서는 '피해 인지 날짜', '암호화폐 종류', '암호화폐 손실 개수', '피해 금액', '출금 지갑주소' 등을 비롯해 전반적인 사건 개요를 요구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웁살라시큐리티가 본격적인 사건 조사에 나서는 셈이다.

웁살라시큐리티가 제공하는 암호화폐 피해 사건 신고서 중 일부. 출처=웁살라시큐리티
웁살라시큐리티가 제공하는 암호화폐 피해 사건 신고서 중 일부. 출처=웁살라시큐리티

웁살라시큐리티의 '가장자산 피해대응 센터(CIRC)'의 조사관은 접수된 신고서를 바탕으로 암호화폐 추적에 나선다. CIRC는 최종적인 추적 결과를 사용자에게 보고서 형태로 제공한다. 이 과정은 대략 일주일 정도 걸린다.

보고서가 나온 뒤부터는 오롯이 사용자의 몫이다. 결과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직접 법집행 당국에 수사 의뢰를 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CIRC에서 발행한 암호화폐 추적 보고서는 법집행 당국에 증거자료로 효력이 있다는 게 웁살라시큐리티 쪽의 설명이다. 만약 수사 의뢰가 어렵다면, 웁살라시큐리티와 암호화폐 관련 피해자 구제를 협업중인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변호사 선임, 가처분 신청 등 별도의 유료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 블록체인 월릿의 암호화폐 피해 대응 서비스는 지금껏 어떤 블록체인 기업도 제공한 적이 없는 서비스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의미는 크다. 

하지만 실제 피해 신고 접수 과정을 경험해본바 아직 개선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당장 '신고접수' 버튼이 없어 첫 단추부터 어떻게 꿰어야 할지를 모르는 이용자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전자가 1차로 분석을 하고 실제 조사 기업으로 넘기는 구조다 보니, 절차상 불필요한 시간이 소모돼 발빠른 대응은 쉽지 않아보인다. 현재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ERC20에 대해서만 추적이 가능하고, 국외 거래소로 암호화폐가 유출된 경우에는 대응이 쉽지 않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