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베리는 한국판 마운트곡스가 될까요
[칼럼] 취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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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모 기자
박근모 기자 2020년 7월21일 06:00
이미지=코인데스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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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안전한 지갑'을 표방해온 비트베리가 해킹을 당했습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10억여원 상당의 암호화폐가 해커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사건은 8일 오전 7시경에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비트베리를 운영하는 몬스터큐브는 서버점검을 진행한다는 이유로 해킹 사실을 숨겼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15일이 돼서야 비로소 '외부 침입'을 감지해 서버폐쇄 조처를 했다고 고객들에게 슬며시 알렸습니다.

다만, 이때까지도 해킹으로 인한 고객 자산 분실 규모를 스스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코인데스크코리아 보도를 통해 비트베리 핫월릿에서 10억여원의 이더리움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야, 몬스터큐브는 공식적으로 보관 중인 고객의 암호화폐를 도난당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내년 3월25일부터부터 시행되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왜냐하면 이번에 해킹 피해를 입은 지갑 서비스 비트베리 운영사 몬스터큐브는, 개정 특금법의 규제 대상인 가장자산사업자(VASP)에 속하는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특금법은 암호화폐에 '가상자산', 이를 취급하는 기업에 '가상자산사업자'라는 이름을 달아 규제의 권역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격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와 실명입출금계좌가 필요합니다. 자금세탁방지(AML) 차원에서 필요한 조처들이므로, AML의 기준으로 이런 체계를 평가하게 될 전망입니다.

비트베리 해킹 사건이 국회를 이미 통과한 특금법의 이정표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한국의 마운트곡스(Mt. Gox) 사건'이 되어 암호화폐 산업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본의 암호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는 지난 2014년 2월 해킹으로 거래소 지갑의 개인키가 유출돼 비트코인 약 85만개를 탈취당했습니다. 마운트곡스는 파산했고 도난당한 비트코인과 거래소 자산을 둘러싼 지저분한 소송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마운트곡스 사건은 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암호화폐 관련 제도를 만들기 시작한 계기가 됐습니다. 일본의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한 암호화폐 거래소 라이센스 제도가 생겨난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금융 당국이 특금법을 위한 시행령을 만들고 있습니다만, 그동안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사업자 요건이 준비돼왔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별 문제가 없다고 여겨졌던 지갑 서비스에서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젠 금융 당국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게 됐습니다.

다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비트베리 해킹 사건은 이미 금융정보분석원(FIU)을 비롯한 금융 당국에 신고됐으며, 당국은 사례 분석에 나섰다고 합니다. 특금법 이후 모든 가상자산사업자는 FIU에 영업 신고를 하고 FIU가 이를 수리해야만 사업이 가능하므로, 당국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아주 중요합니다. 비트베리 해킹 사건은 특금법 시행령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비트베리 해킹 그 자체만으로도,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남았습니다. 남은 부분도 추가 취재를 통해 밝혀보겠습니다.

##기사 수정(21일 오후 2시) : 애초 이 기사에는 지난해 5월 비트베리 관련 유튜브 동영상에서 캡처한 루트원소프트 전 대표 장성훈씨의 사진이 첨부돼있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장성훈씨는 코인데스크코리아에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현재 저는 루트원소프트의 대표가 아닙니다. 3월 몬스터큐브에서 루트원을 인수하면서 임직원, 근로자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는 것으로 계약이 되었고 그에 따라 저를 포함한 모든 임직원이 사임을 했습니다. 인수 이후 홈페이지 등이 변경되지 않아 오해하실 수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며 사진 삭제를 요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사진을 삭제하고 교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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