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과세안, 국내 거래소들에 반사이익 되나
국외 거래소 계좌 국세청에 신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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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0년 7월22일 14:00
홍남기(오른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0 세법개정안 당정협의'에 참석했다. 출처=기획재정부
홍남기(오른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0 세법개정안 당정협의'에 참석했다. 출처=기획재정부

암호화폐 과세 논의가 시작되면서 투자자들이 국외 거래소로 이탈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법안을 살펴보면 국내 거래소가 도리어 일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22일 기재부가 발표한 '2020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국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는 2021년 10월부터 국세청에 계좌를 신고해야 한다. 기재부는 해외금융계좌 신고대상에 가상자산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관련법을 고칠 예정이다. 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추후 적발되면 최대 60%까지 가산세를 내야 한다. 게다가 투자자에게 매년 세금 신고의무를 지우도록 해, 국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의 신고 과정도 복잡해진다.

반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정부는 납세자들의 편의와 정확한 과세를 위해 양도 차익을 계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강제할 예정이다. 현재 홈텍스 등을 통하면 납세자가 스스로 이자소득 및 배당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인지 확인할 수 있는데, 암호화폐 소득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외 거래소에는 이런 시스템 구축을 강제할 수 없다. 결국 국내에 거주하면서 국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는 본인이 일일이 투자 손익을 산출해 직접 세금을 계산하고, 증빙자료를 만들어 과세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하루에도 몇번씩 거래를 하는데 일일이 그걸 기록해두기가 어렵다"면서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아마 바이낸스 같은 해외 유명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국내 거래소로 둥지를 옮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이같은 조처는 과세 이후 국내 투자자들의 국외 유출을 우려하던 국내 거래소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셈이 됐다.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과세 이후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로 나가버리고, 국내 거래소는 원화를 바꿔주는 환전소 역할만 하는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는 과세 후 (투자자들이) 해외로 가지 않겠냐를 걱정했다. 정부안은 세금 (자동신고) 시스템이 돼 있는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고, 국외 거래소를 이용하면 투자자 본인이 세금자료를 입증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등 국내 업계는 이같은 우려를 꾸준히 당국에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특금법은 제도권 내에서 거래하라는 의미인데, 탈세 우회로가 많으니 발각되면 몰수 수준의 제재를 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당국에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새로 공개된 과세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제 막 정부 과세안이 나온 것뿐이어서 개별 거래소 및 사업자들이 구체적 행동에 나설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거래소 관계자는 "양도 차익을 계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모든 거래소에 쓸 수 있는 형태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블록체인 협회 등 다수 거래소가 소속되어 있는 곳에서 논의가 시작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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