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테크 편애'가 '전통금융 총괄'로…후임은 '달변가'
금융산업국장에 권대영
금융혁신기획단장에 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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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현
김외현 2020년 8월28일 07:00

금융위원회가 27일 권대영(52) 금융혁신기획단장을 신임 금융산업국장으로 임명하고, 최근까지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에서 근무한 이형주(48) 국장을 후임 금융혁신기획단장으로 임명했다. 금융 혁신과 핵심 보직이 어우러진 이번 인사를 통해 핀테크 분야에 대한 금융 당국 기조가 어떤 흐름을 형성할지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권대영(왼쪽) 신임 금융위 금융산업국장, 이형주 신임 금융혁신기획단장. 출처=금융위
권대영(왼쪽) 신임 금융위 금융산업국장, 이형주 신임 금융혁신기획단장. 출처=금융위

금융위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의 고위공무원급 전보 인사를 발표해 국장급 인사를 마무리지었다.

권대영 신임 국장의 새 보직은 지난 7월말 전임 국장이었던 윤창호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승진하면서 공석으로 남아있던 자리였다. 금융산업국장은 은행, 보험, 저축은행, 카드사, 신협 등 국내 주요 금융사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총괄하는 위치다. 권대영 신임 국장은 진해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행시 38회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공직에 입문했고, 금융위 자산운용과장, 중소금융과장, 은행과장, 금융정책과장 등을 거쳤다.

권 국장은 2017년 5월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된 뒤, 2018년 8월부터 지난 2년 동안 한시적 조직으로 신설된 금융혁신기획단의 초대 단장을 맡았다. 특히 이른바 ‘데이터 3법’(개인정보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과 ‘P2P법’ 신설을 비롯해 금융규제 샌드박스, 오픈뱅킹, 인터넷전문은행, 금융권 데이터 활용 활성화 등을 총괄하면서, 핀테크와 빅테크를 중심으로 현 정부 핵심 국정 과제인 ‘금융혁신’을 주도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국장은 2018년 12월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주관한 토론회를 시작으로 몇몇 업계 행사에 참석해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정책에 대한 의견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그는 당시 토론 발언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은 장려하지만, 암호화폐 공개(ICO)나 코인 거래는 규제하는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자금세탁 방지에 대한 당국-업계의 합의를 강조하면서, 투자자 보호와 제도권 편입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지난해 6월 열린 한 행사에선 “정부는 ICO 금지 원칙은 유지하지만, 디지털 금융 혁신에 필요한 불합리한 규제는 바꿔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2018년 12월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선동 의원(자유한국당), 유의동 의원(바른미래당)이 공동 주최하고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주관한 '투명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암호화폐 거래소 디자인 정책토론회'에서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코인데스크
2018년 12월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선동 의원(자유한국당), 유의동 의원(바른미래당)이 공동 주최하고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주관한 '투명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암호화폐 거래소 디자인 정책토론회'에서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코인데스크

일각에서는 현재 금융 분야에서 기술산업의 금융 진출과 전통금융권의 기술 도입 가운데 전자를 다뤄온 권 국장이, 후자에 있어서도 자극제 구실을 할 거란 낙관적 전망이 나온다. 반면, 권 국장이 앞으로 담당하게 될 전통금융권은 상대적으로 빅테크·핀테크가 그동안 규제 면에서 혜택을 받아왔다는 불만이 많은 만큼, 그가 '공격'에서 '수비'로 위치를 전환해야 하는 현실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금융권 주변에선 권 국장이 주도한 과감한 혁신이 기술기업들에 대한 '편애'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달변가' 이형주 신임 단장

새로 ‘금융혁신’을 이끌게 될 이형주 단장은 2017년 8월25일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금융위의 첫 대통령 업무보고 뒤 빼어난 연설로 박수갈채를 받은 일이 화제가 된 바 있다. 같은 날 조선비즈 기사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달변가로 소문난 이 과장(이형주 단장)은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동료 과장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 과장은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동료에게 ‘구조조정 업무가 너무 고되지 않냐’고 물었더니 ‘업무를 하면서 항상 가슴 속에 활(活)을 새기고 다닌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동료 과장이 구조조정 대상 사장과 업무상 많이 만나는데, 자신의 정책 결정에 기업의 생사가 걸리고 임직원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에서 심적으로 너무 고되고 부담스러워 했다”고 했다. 이어 “동료 과장이 가슴 속에 ‘활’을 새기고 다니는 것도 최대한 이 기업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자는 약속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의 발언이 끝나자 장 실장(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먼저 박수를 쳤고, 이어 다른 참석자들도 동참하면서 한동안 토론장에 박수 소리가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토론 중에 나온 첫 박수였다. – 조선비즈 2017년 8월25일

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이었던 이 단장의 이 발언은 자유토론에서 나온 즉석발언으로, 사전 조율된 정책 토론 외에 각 부처 사무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현 주중대사) 주도로 마련된 순서에서였다.

이형주 단장은 인헌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시 39회로 역시 재경부(현 기재부)에서 공직에 입문했으며, 금융위 서민금융과장, 산업금융과장, 자본시장과장, 금융정책과장 등을 거친 뒤 2018년부터 대통령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17년 8월25일 정부세종청사 컨벤션센터에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보고가 진행됐다. 이형주 신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이날 보고가 끝난 뒤 즉석에서 '명연설'로 화제가 됐다. 출처=청와대
2017년 8월25일 정부세종청사 컨벤션센터에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보고가 진행됐다. 이형주 신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이날 보고가 끝난 뒤 즉석에서의 '명연설'로 화제가 됐다. 출처=청와대

이 단장의 청와대 경력은 공교롭게도 금융혁신기획단이 담당하는 '보이스피싱 방지' 정책과 중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금융위로부터 보이스피싱 대책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특별하고 강도 높은 대책을 당부 드리고 싶다”며 “코로나 재난 메시지가 휴대전화로 뜨듯이 보이스 피싱도 경고 문자로 요즘 어떤 수법이 통용되는지 알려주는, 경보발령 대책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틀 뒤 금융위원회는 보이스피싱 척결 방안을 발표했는데, 당시 브리핑에 나선 것은 권대영 당시 금융혁신기획단장이었다. 이날 브리핑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거래고객에게 고의성이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은행 등 금융사가 보이스피싱의 배상책임을 묻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권 단장은 당시 “보이스피싱은 노력해도 당할 수 있는데 그 모든 책임을 개인에 돌리는 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금융회사가 인프라 운영자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하도록 대원칙을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당시 금융사에 일부 책임을 지웠던 권 국장은 앞으로 금융사와 소통해야 할 자리로 가고, 그때 금융위에서 권 국장이 했던 역할을 앞으로 맡게될 이형주 단장이 당시엔 청와대에 있었다는 것은, 이번 인사의 내용을 요약해주는 단면으로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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