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용대출 한달새 4조원 급증…주식시장 과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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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한겨레신문 기자
이완 한겨레신문 기자 2020년 9월3일 10:00
여의도 야경.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여의도 야경.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이 8월에 4조원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겨레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체 은행권 신용대출을 집계한 결과 12조6000억원이 늘었는데, 8월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만 따져도 올 상반기 증가추세를 훌쩍 뛰어넘은 셈이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쓰려는 자금이 신용대출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

  2일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은행 등 5대 주요은행의 8월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을 확인한 결과, 모두 124조274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인 7월말 보다 4조755억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5곳 모두 한달 사이 적게는 6000억원, 많게는 1조원 이상 신용대출이 늘었다. 국민은행은 8월 한달사이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1조631억원 늘었다. 국민은행이 경찰공무원 대상 단독협약 대출상품을 출시해 지난 2017년 8월 신용대출 1조910억원을 유치한 뒤로 가장 큰 증가폭이다. 

 신한은행도 8월 한달 동안 개인신용대출이 1조원 넘게 늘었다. 1조520억원으로 2007년 1월부터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증가액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7199억원, 하나은행은 6095억원, 농협은행은 6310억원이 늘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8월 한달동안 신용대출이 4000억원 정도 폭증했다. 

 큰 폭의 신용대출 증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자금 수요와 함께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대한 투자자금 수요가 작용한 것으로 은행권에선 판단하고 있다. 주요은행과 카카오뱅크의 경우 대기업 직장인 등 신용등급이 높은 경우에 신용대출을 많이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줄곧 낮아진 저금리로 인해 대출에 대한 이자부담이 줄어든 것도 작용했다.  

 특히 은행권은 주식을 사기 위한 대기자금 성격이 강한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이 최근 60조원을 돌파한 것에 주목한다. 이달 1일부터 2일까지 진행되는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위해 많은 자금이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 상장된 에스케이(SK)바이오팜은 공모가 4만9000원에서 시작해 18만1500원(2일 기준)까지 올라, ‘빚을 내서 투자하자’는 바람을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으켰다. 주요은행의 신용대출 흐름을 기간별로 보면 8월 1일부터 13일 사이에 1조2000억원이 늘었고, 14일부터 31일 사이에 2조8000억원이 더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관련 대출에 이어 신용대출도 조일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자 규제 전에 일단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수요도 많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리면 되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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