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증시 조정, 위험일까? 기회일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2020년 9월7일 07:00
출처=한겨레
출처=한겨레

6월 저점 이후 8월 중순까지 숨가쁘게 오르던 국내 증시가 주춤거리고 있다. 같은 시점에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2단계’까지 올라간데 따른 경제적 충격 우려가 증시 조정의 주된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케이(K)-방역의 성공으로 기대했던 브이(V)자 경기 회복이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증시 조정의 빌미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상승을 멈춘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지난 2개월간 상승 폭이 너무 크고 빨랐다. 6월 저점 이후 8월13일 고점까지 증시는 코스피 기준 20%, 코스닥 지수 기준 24%나 올랐다.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승이었다. 6월 중순 이전 3개월간 이미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각각 40%, 60% 올랐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례적인 속도로 평가할 수 있다. 이렇게 단기에 주가가 오르면 평범한 악재에도 이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크게 나타나곤 하는데, 8월 증시 하락은 이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제 주가 상승은 아주 멈춘 것일까? 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3월처럼 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국내 증시가 지난 번과 같이 크게 떨어질 이유가 없고, 조만간 되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위험에 비해 지금까지의 증시 상승 폭이 컸다는 점, 일부 성장주의 가격이 전통적인 가치평가 모형의 기준으로 볼 때는 너무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맞지만, 지금 증시는 그러한 기준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크게 떨어지지 않으리라 보는 것은 정책당국 때문이다. 지난 3월과 같은 증시 급락은 크게 보면 전염병의 경제적 충격에 대한 우려 때문이지만, 더 정확하게는 경제적 충격이 금융 시스템 위험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공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하면 정책당국이 등장한다. 때로는 정책금리 인하로, 때로는 단기자금시장에 직접 참여해 자금을 공급하거나, 자본시장에서 회사채나 어음을 사주는 방식으로 시장 안정을 꾀하는 것이다. 또한 외화 자금시장에서는 외환보유고를 풀어 직접 외화를 공급하거나 통화스와프로 외화 자금 공급의 잠재적 규모를 늘려 놓는다. 문제는 대응에 나서야 할 정확한 시점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3월과 같은 가격 흐름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전염병 확산을 ‘준 전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는 정책당국이 초기와 같이 혼란을 방치할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다시 오를 이유는 있는가? 그렇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당국의 노력이 하단을 막고 있다는 점도 큰 힘이지만, 국내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주식을 사고 싶은 투자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낮은 금리와 부동산 투자의 비용이 커진 상황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주식 투자를 선택하고 있다. 게다가 저금리를 바탕으로 주요국 증시가 모두 비슷한 모습으로 오르고 있다.

 주가는 결국 기업 실적의 함수이고, 기업 실적은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재확산은 분명 악재다. 또한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한 상승보다, 참여자가 늘면서 나타나는 증시 상승이 더 위험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은 저금리 때문에 나타나는 자금 흐름을 반전시킬만한 소식이 잘 안 보인다. 이런 시기의 조정은 기회일 가능성이 크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