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는 미-중 갈등 개의치않고 중국으로 몰려간다
블랙록·시티은행 등 중국 펀드 시장 직접 뛰어들어
“금융 중심이 중국으로 옮길 것 대비한 장기 포석”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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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한겨레 기자
신기섭 한겨레 기자 2020년 9월10일 18:00
출처=Karolina Grabowska/Pexels
출처=Karolina Grabowska/Pexels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미국 월가의 금융기업들이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중국이 금융시장 규제를 완화하면서 펀드 업계의 큰손인 블랙록과 뱅가드,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시티그룹과 제이피(JP)모건체이스가 최근 중국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9일 전했다. 중소 규모 업체들이 모험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는 수준이 아니라, 주류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양상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달 국영 중국건설은행,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홀딩스와 제휴해 자산운용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이달 초엔 독자적인 뮤추얼펀드 사업 허가를 받았다. 블랙록에 이은 2위 업체인 뱅가드는 현재 홍콩에 있는 아시아 지역 본부를 중국 상하이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뱅가드는 “홍콩내 주요 고객은 우리가 주력하는 대상인 일반 투자자가 아니라 기관투자자”라며 “이제 아시아에서 초점은 중국 본토”라고 밝혔다. 중국의 일반 투자자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투자은행의 움직임도 이에 못지 않다. 시티은행은 지난 2일 미국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중국내 펀드 수탁 업무(자산 보관, 결제, 거래 관리 등 각종 업무 대행) 사업 허가를 받았다. 제이피모건체이스는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뮤추얼펀드 업체 ‘중국 국제 펀드매니지먼트’(CIFM)의 나머지 지분 49%를 70억위안(약 1조2천억원)에 상하이푸둥개발은행으로부터 인수하기로 했다.

 최근 월가 금융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서두르는 것은 기본적으론 중국 정부의 금융시장 개방 덕분이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자산운용사, 증권사, 보험사 등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을 풀었다. 마스타카드와 페이팔 등 결제 서비스 업체에 대한 사업 허가도 내줬다.

 규제 때문에 중국 진출이 어렵던 미국 업체들이 이번 기회에 장기적인 사업 기반 확보에 나섰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미-중 관계 악화에 따른 위험이 없지는 않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술기업들과 달리 금융기업들은 부담이 훨씬 적다. 미국 5대 투자은행의 자산 가운데 중국이나 홍콩과 관련된 자산은 1.6%에 불과하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도 별로 잃을 게 없는 셈이다. 월가 금융기업들이 금융 중심지의 균형추가 중국쪽으로 점차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장기적인 승부에 나섰다고 이코노미스트가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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