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17조원 넘어…증권사 신규 신용융자 줄줄이 닫아
개인 ‘빚투’ 17조원 돌파
신용공여하던 증권사들도
대출 가능 한도 거의 차
주식담보대출 등도 중단
“신규 신용공여 막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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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다은 한겨레 기자
신다은 한겨레 기자 2020년 9월17일 18:40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 내서 투자)가 갈수록 늘자 주요 증권사들이 신규 고객의 신용융자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신용융자액이 너무 많아져 증권사가 정한 한도에 다다른 탓이다.

 엔에이치(NH)투자증권은 오는 21일부터 신용거래융자 신규 매수를 당분간 일시 중단한다고 17일 밝혔다. 엔에이치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 신용공여 신청이 크게 늘어 회사가 자체적으로 정한 한도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돈을 빌린 계좌는 증권사가 제시하는 조건을 충족하면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11일과 16일부터 신용융자를 중단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수년에 한 번씩 거래량이 많을 때 신용융자 신규 거래를 중단하곤 한다”며 “최근에도 개인투자자 거래량이 늘면서 신용융자 비중이 커져 잠시 중단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와 케이비(KB)증권은 신용융자 신규 거래를 유지하되 보유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예탁증권담보대출’을 막았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신용을 통한 주식 매수가 쉽고 빠르다 보니 최근 개인투자자 신용융자액이 크게 늘었다”며 “우선 예탁증권담보대출을 막아두고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비(KB)증권 관계자는 “신용융자를 중간에 끊으면 매매 연속성이 떨어질 수 있어 유지하기로 했고 예탁증권담보대출은 막았다”고 설명했다.

 신용융자는 주식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빌려주는 제도다. 통상 1억∼30억원 내에서 대출해 주는데,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신용융자액이 늘면서 한계에 다다랐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자기자본 3조원 이상 갖춘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와 관련해 기업금융업무 등을 제외한 신용공여 합계액이 자기자본의 10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신용대출 투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개인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3월말 6조5천억원에서 9월초 17조5천억원으로 불어났다. 한 달에 평균 2조2천억원씩 늘어난 셈이다. 

신용대출 사흘새 1조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도 축소 전에 신용대출을 미리 받아놓으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17일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집계 자료를 보면, 이들 은행의 신용대출은 14~16일 사흘 동안에만 1조1천억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5077억원, 15일 3448억원, 16일 2735억원 각각 늘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역대 최대였던 8월 신용대출 증가액(금융권 전체 6조2천억원)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과 주식도 많이 올라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최근 공모주 청약을 위해 신용대출이 늘었다”며 “여기에다 정부가 신용대출 한도를 줄인다고 하니 자금 수요가 있는 고객들이 미리 신용대출 한도를 받아놓으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난 6월께부터 부동산과 주식투자, 전세금 마련 등의 용도로 신용대출이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신용대출 규제 전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가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오전 5대 시중은행 및 카카오뱅크 여신 담당 임원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은행권 자율적으로 신용대출을 관리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출 수요에 대해서는 열어놓되, 고소득·고신용 계층의 거액 신용대출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현재 신용대출 한도 축소와 금리 인상 등 관리 방안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박현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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