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의 지역화폐 정책이 보완할 것
[편집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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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현
김외현 2020년 9월21일 06:00

지역화폐의 효용에 대한 비판과 이에 대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반론이 반복되면서 설전이 뜨겁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지역화폐 ‘성남사랑상품권’을 청년배당, 산후조리비, 생활임금 등 복지정책에 적용해 활성화에 꽤 성공했다. 그가 지사가 된 뒤 경기도는 도내 전역에서 쓸 수 있는 ‘경기지역화폐’를 출시했고, 이는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수단으로 쓰였다. 지역화폐가 성남시와 경기도에만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지사로서는 여러 정책의 값진 수단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쉬이 물러서지 않을 거란 얘기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 역효과’ 분석은 제쳐두더라도 따져볼 것들이 있다. 경기도는 18일부터 ‘추석 경기 살리기 한정판 지역화폐’라는, 사실상 재난지원금에 이은 2차 경제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경기지역화폐를 20만원 충전해서 11월17일까지 모두 쓰면 기존 인센티브 2만원(10%)에다 3만원(15%)을 더 주는 식이다.

 경기도는 1천억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최대 3만원씩 도민 333만명이 혜택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경기도 인구(1337만명) 가운데 1천만명은 받을 수 없기에 인센티브는 ‘선착순’으로 제공된다. 정보격차 우위에서만 누리는 혜택일 수 있는데다가 20만원조차 여유가 없는 이들도 생각한다면, 이 지사가 평소 주장하는 보편복지와는 거리가 있다. 다만, 궁극적인 목표는 경제 활성화이므로 잘 다루면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들에게 고루 수입원이 유지되도록 한다는 정책 의도대로 될지 자신하기는 힘들다. 지난 17일 경기도의회에서 신정현 더불어민주당 도의원이 이 지사에게 제시한 자료를 보면, 상반기 재난지원금 지급 수단이었던 경기지역화폐는 오히려 특정 업종의 대규모 매장에서 중점적으로 쓰였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신정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원. 출처=경기도의회 영상회의록
이재명 경기지사와 신정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원. 출처=경기도의회 영상회의록

 상반기 지역화폐 이용액 가운데 절반은 식당(29.4%)과 슈퍼마켓·편의점(20.3%)에서 쓰였다. 두 업종의 가맹점 수는 전체 30%에 못 미친다. 가맹점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연매출 3억원 이상 매장에서의 이용이 절반을 넘었다.(53%) 그중에서도 연매출 10억원 이상 대규모 매장에서 19%가 쓰였다. 압도적 다수(78.7%)가 연매출 3억원 이하의 작은 가게들인데, 전체 3.3%밖에 안 되는 ‘잘나가는’ 업소들의 매출이 5분의 1에 이른 셈이다.

 신 의원은 경기도가 지역화폐 인센티브용으로 확보한 예산이 애초 코로나19 긴급지원사업비로 편성돼 있던 금액이었다면서, 효과가 불확실한 지역화폐로 전용하기보다는 애초 목적대로 직접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들에게 지급하는 게 나았을 거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경기도가 만능입니까. 예산이 무한대입니까”라고 언성을 높이며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했고, 신 의원도 언성을 높여 반박하면서 이날 도의회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아올랐다.

 한국의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는 ‘프로그램 가능한 돈’ 형태를 띤다. 누가 어느 시기에 어떤 업종에서 얼마나 쓰도록 할지 조절해 각종 재정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빼어난 금융 인프라 덕분에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의 화폐 전자화 논의에서도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다음 단계에선 신 의원의 자료와 같은 정밀한 쓰임새 분석, 그리고 향후 정책과의 정교한 결합이 필요하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 4월 여당은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별지급에 따른 시간·행정력 소모와 지급기준의 모호함’을 이유로 전국민 지급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언젠가 미래에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그동안 뭐 했냐’는 소리를 듣기 쉽다. 이 지사와 경기도 또한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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