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주요 결제수단인 미국을 상상해봤다
미국의 정치 분열, 비트코인 도입 앞당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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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Koning
JP Koning 2020년 11월20일 17:58
출처=Clay Banks/Unsplash
출처=Clay Banks/Unsplash

J.P.코닝은 캐나다 증권회사와 대형 은행에서 일했다. 그는 인기 블로그 'Moneyness'를 운영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이 온라인 결제 수단이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직 비트코인은 주된 결제 수단으로 등극하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현금처럼 대중적으로 도입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가격 변동성이다. 때에 따라서는 매우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롤러코스터처럼 급변하는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 문제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즉, 비트코인이 주된 결제 수단이 되려면 지난 수십년 동안 운영된, 신뢰받는 결제 기관들이 하던 일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만 비트코인과 같은 제2, 제3의 결제 수단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미국 결제 시스템의 붕괴로 비트코인이 핵심 결제 수단이 되는 가상의 세계를 그려보도록 하겠다.

미국이 이념적으로 분열됐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분열에서 야기된 혼란은 전통적인 미디어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보수적인 사람들은 팔러(Parler)를 사용하고,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사람들은 트위터에 남아있는 걸 볼 수 있다.

은행과 결제 업체도 갈등의 중심에 있다.

실제로 신용카드 업체들은 백인우월주의 성향의 출판사 카운터 커런트(Counter-Currents),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가 운영하는 상점, 소셜 네트워크 갭(Gab)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말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갭은 스스로 언론의 자유를 옹호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콘텐츠 대부분이 가짜뉴스나 혐오 표현 등 독성 높은 콘텐츠가 많다.

이런 분열이 더욱 깊어지는 세상을 상상해 보자. 예를 들어, 결제 업체들이 자신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 과도하게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것으로 판단되는 고객을 모두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2023년에는 은행들에게 버림받은 월스트리트저널이 비자와 마스터카드 네트워크에 더는 접근할 수 없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최고경영자를 둔 홈디포(Home Depot)와 고야 푸드(Goya Foods) 역시 기존 은행을 더는 이용할 수 없다.

미국의 건축자재, 인테리어 쇼핑몰 홈디포(Home Depot). 출처=홈디포 페이스북 캡처
미국의 건축자재, 인테리어 쇼핑몰 홈디포(Home Depot). 출처=홈디포 페이스북 캡처

한편 공화당 지지자들도 민주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업체들을 모두 차단하라고 금융기관을 압박한다. 2024년에는 여러 대형 은행이 뜻을 모아 임신중절 수술을 하는 병원을 신용카드 결제 네트워크에서 차단한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2026년의 결제 업계는 극명한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 한쪽에서는 공화당에 친화적인 기업과 비영리기관만 선택적으로 핵심 결제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고, 민주당 쪽도 마찬가지다.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려는 은행이나 결제 업체는 양쪽에서 모두 외면당한다. 우리의 적에게 비자카드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자는 곧 우리의 적이 되는 세상이다.

이런 수준의 분열 속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의 공생은 가능하다. 마스터카드나 비자와 같은 기업들만 중립성을 잃지 않고,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모든 업체가 결제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둔다면, 이념과 이념 사이에서도 돈은 어쨌든 계속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2029년에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비자에 찾아가 중립적인 입장을 버리고 모든 공화당 성향의 결제 업체를 네트워크에서 차단하라고 압박한다. 이에 공화당을 지지하는 업체들은 한순간에 비자카드로 결제할 수 없게 된다. 이듬해, 이번에는 마스터카드가 공화당 편에 선다. 이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기업은 마스터카드 네트워크에서 퇴출당한다.

이제 미국의 신용카드 시장은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공화당 지지 업체와 민주당 지지 업체를 모두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은 신용카드를 최소한 두 장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마스터카드를 가진 민주당 지지자나 비자카드를 가진 공화당 지지자는 친구나 가족이 이 사실을 알 경우 적과 내통한다는 비난을 받게 될까 노심초사한다.

출처=Mika Baumeister/Unsplash
출처=Mika Baumeister/Unsplash

마침내 2031년에는 미국 결제 시장의 중앙에서 분열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12개 지부로 이뤄진 연방준비제도(연준, Federal Reserve)의 중립성이 종료되는 것이다.

극명한 공화당 지지 성향을 보이는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의 이사진은 연준의 자금 결제 시스템인 페드와이어(Fedwire)에서 민주당 지지 성향의 은행을 모두 퇴출하기로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은 캔자스, 와이오밍, 네브레스카, 콜로라도, 오클라호마 주를 관할한다.

페드와이어는 연준의 실시간 결제 시스템으로, 미국 결제 시스템의 핵심 요소다. 모든 미국인이 한 은행에서 다른 은행으로 송금하는 자금은 궁극적으로 페드와이어를 통해 전송된다.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관할 지역의 민주당 관련 은행들과 그 고객들을 차단한다는 것은 결국 미국 전체의 은행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을 차단한다는 의미다.

역시 공화당 지지 성향을 띄는 애틀랜타 연방은행도 한달 후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의 뒤를 따른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과 보스턴 연방은행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각자의 관할 지역 내에 있는 공화당 성향 은행들을 페드와이어에서 퇴출한다. 이에 해당 지역의 공화당 지지 기업들은 한순간에 제도권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

2033년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은 캔자스시티와 애틀랜타 연방은행에서 송금되는 모든 자금의 이동을 중단시킨다. 보편적인 미국 달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조지아, 플로리다, 오클라호마 등에 있는 자금은 캘리포니아나 워싱턴으로 갈 수 없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때 모든 미국인을 하나로 모았던 결제 시스템은 갈기갈기 찢어져 사라져 버린다.

미국 결제 시스템의 붕괴는 이념 간 갈등에서 비롯돼 미국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분열의 일부 모습일 것이다. 법원, 사법 당국, 교육 제도 등 미국을 구성하는 다른 부문들의 기반도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다.

언젠가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자신만의 집단을 만들어서 모여 살고, 민주당 지지자들도 그들만의 집단을 만들어서 모여 사는 물리적인 인구 이동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활동은 지속될 것이다. 민주당 집단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서로와 거래할 것이고, 공화당 집단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이와 같은 내부 거래를 위해 그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있는 신용기반 결제 시스템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신뢰에 기반을 둔 신용 거래는 가장 효율적인 거래 방법이다.

그런데 민주당 집단과 공화당 집단이 서로와 거래하고자 할 때는 어떻게 되는가? 각 집단에서는 상대 집단이 필요로 하는 재화를 생산한다고 가정해 보자. 두 집단은 서로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신용에 기반을 둔 거래는 성사되지 않을 것이다.

1600년대나 1700년대처럼 은과 금이 다시 널리 사용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와 같은 이념 집단 간의 거래에서 바로 비트코인이 주된 결제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금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은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거래 상대방이 약속한 조건에 따라 거래를 이행하지 않으리라는 의심이나 우려를 안 해도 된다.

그런데 만약 미국의 전력 시스템이나 이동 통신 인프라마저도 붕괴한다면, 비트코인을 아예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좀 멀리 나아가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전기 문제는 어쩌면 태양열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록스트림(Blockstream)의 블록체인 위성에 구식 라디오를 연결해볼 수도 있다. AT&T나 버라이즌(Verizon) 등의 인터넷 서비스가 고르지 않다면, 이른바 메시 네트워크(mesh network)를 통해 웹에 접근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수준의 파국이 실제로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미국에서 비트코인은 금과 비슷한 투기의 대상 정도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부디 이런 현상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란다. 그 누구도 비트코인이 필수 결제 수단이 되는 세상에서는 살고 싶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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