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고래들이 예측시장에 열광하는 이유
대중은 미래를 예측할 새 수단을 원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aniel Kuhn
Daniel Kuhn 2021년 4월24일 20:14
Mark Boss/Unsplash
Mark Boss/Unsplash

22세의 젊은 사업가 셰인 코플란은 폴리마켓(Polymarket)을 창업했다. 폴리마켓은 최신 암호화폐 기반 글로벌 예측시장 플랫폼이다. 지금까지 여러 예측시장 플랫폼이 나왔지만 폴리마켓 처럼 초기부터 상품과 시장이 잘 맞아떨어진 플랫폼은 흔치 않다.

코플란은 폴리마켓에 대해 “성장하고 있어요. 반응이 좋아요.” 라고 말했다. 창업한지 1년도 안 된 지금 대대적인 코드 개편을 거쳤고 1억달러 이상 규모로 성장했다.

“모두 자체 성장입니다. 뭔 코인, 지원금, 봇? 그런 거 없었습니다. 순수하게 수요로 성장한 거죠.”

암호화폐 시장은 탄탄한 아이디어, 코드 안정성, 풍부한 자본을 기본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로 넘친다. 많은 경우, 이미 괜찮은데 새롭게 바꾸려고 하는 프로젝트는 뜨지 못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프로젝트들은 단순한 개념을 심플하게 실행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폴리마켓도 단순한 개념을 도입하여 유저들이 어떤 코인이든 상관없이 베팅할 수 있는 시장을 열어주었다. 또, 이더리움 레이어2 해킹방지 스마트 계약을 도입해서 신뢰성을 높였다.

폴리마켓은 기타 암호화폐 기반 벤처투자자 및 코인 빌더의 지원을 받아서 그런지 다른 많은 플랫폼보다는 정통성을 부여받은 느낌이다.

어거(Augur)의 초창기 암호화폐공개(ICO)나 노시스(Gnosis)의 최대 규모 ICO에서도 암호화폐 예측시장을 구축하려고 했다. 어거는 3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쳤지만 시스템이 불편했다. 그나마 최근에서야 좀 쓸만한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노시스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고, 한참 지나서야 커뮤니티 기반 프로젝트로 방향을 전환했다. 베일(Veil) 등 다른 베팅 시장은 아예 사업을 접었다.

“솔직히 잘된 곳이 없어요. 기존 플랫폼은 큰 자금을 모았지만 쓸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했어요.”

코플란이 과장을 조금 보태서 이야기한 걸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기존 플랫폼들은 그리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폴리마켓은 충돌을 최소화한 말끔한 시스템 설계뿐만 아니라 적시적소에 론칭했기 때문에 저변을 확대하고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어떻게 될지, 바이든 대통령이 월말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을지, 권투선수 플로이드 메이웨더가 로건 폴을 KO시킬지는 확실하지 않다. 불확실성이 많다는 것은 예측으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예측시장에는 좋은 일이다.

늘 새로운 시장은 생긴다. 여러 시장에서 수백만 달러 규모의 베팅이 수백 건 발생한다. 어떤 이들은 의견이 분분한 주제에 대해 한가지 결론을 내려고 한다. 다른 이들은 호프집에서나 볼만한 뉴스에 내기를 건다.

“뾰족한 수를 찾는 사람들, 더 나은 결정을 하려는 사람들 모두 지금 우리에겐 북극성 같은 존재예요.” 시장이론의 신봉자인 코플란은 예측시장 플랫폼이야말로 현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진짜 수단이라고 믿는다.

이는 코플란이 꿰뚫고 있는 경제이론에 기반한 믿음이다. 뉴욕대를 중퇴한 곱슬머리 청년 CEO는 코인데스크US와의 긴 인터뷰에서 전설적인 오스트리아 학파 경제학자 프레드리히 하이에크를 연거푸 언급했다.

하이에크에 따르면 사람들은 경제적 인센티브가 작용하는 한, 불확실한 확률을 더 정확하게 읽어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많은 자료에서 정보를 더 잘 읽어내려고 하고 깊게 생각하며 현실적으로 확률이 높은 곳에 베팅하게 된다.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고 의견이 분분했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유로운 시장이 진작 있었더라면 개인들은 베팅을 했을 거예요.”

코플란의 태도는 암호화폐 세계에서는 기본이다. 암호화폐는 당국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는 불신하고 개별 플레이어들의 정보에 더 큰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로빈 핸슨 조지메이슨대학교 경제학부 부교수는 오랫동안 예측시장을 연구해온 이 분야 최고의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다. 핸슨은 코인데스크US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측시장은 정보를 모으는 효과가 있어요. 아주 오래된 현상이죠.”

핸슨의 관심사는 코플란의 생각과 일치한다. 가격에 대한 행동을 보면 가려진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정보 공유와 추론 방식에 따라 세상이 나눠져 버렸어요.”

추론을 위한 블록체인 활용에 대해서는 코플란과 핸슨의 의견이 갈리지만, 코플란은 예측시장이 처음부터 암호화폐 산업의 ‘성배’였다고 믿는다. 암호화폐와 예측시장 모두 자유시장과 개인의 권리를 주장한 신고전주의 경제학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코플란은 폴리마켓과 폴리마켓 “유사품들”이 중앙집권적 플레이어들과 예측시장 간 중개 규모를 줄임으로써, 예측시장 고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중앙화 플레이어들은 베팅 질문 항목을 제한하거나 결과에 개입함으로써 예측 편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탈중앙화야말로 블록체인의 진정한 쓰임이라고 생각해요. 전 세계 누구나 편향 없이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결정에 참고하는 실시간 정보의 메카를 만드는 거죠.”

(폴리마켓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예측시장을 이용해 온 프리랜서 AI연구자 그원도 코플란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원은 다이렉트 메시지로 다음과 같이 응답했다.

“사용자를 확대하려면 결국 탈중앙화된 프로젝트들이 중요합니다. 이 프로젝트들은 신뢰할만한 제3자 기관(TTP)의 보안 취약점에 약해요. 걸리는 부분도 너무 많고 당국에 보고해야 할 사항도 많거든요.”

그원에 따르면 어거나 노시스 같은 초기 암호기반 예측시장 실험은 이더리움의 고질적인 확장성 이슈로 무산되고 말았다고 한다. 또한, 어거와 노시스 이 모두 자체 토큰으로 시작했다는 점은 유저 경험을 저하시키는 요인이었다. 폴리마켓은 어거와 노시스 양사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코플란은 베팅 거래 비용을 낮추기 위해 작년 가을 10명의 코딩 기술자를 데리고 폴리마켓 플랫폼에 이더리움 레이어2 기반 매틱(Matic) 솔루션을 적용시켰다. 또, 이더(ETH) 월렛이 없는 유저들을 위한 시스템을 설계하기도 했다. 달러고정 스테이블코인 USDC으로 모든 베팅이 이뤄지도록 했고, 트랜스악(Transak)과의 통합을 통해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로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하도록 했다.

“빠르게 성장하다보니 기본 인프라에 문제점들이 많이 보였죠.” 코플란은 시스템 개선 이유를 설명했다. 사용이 용이한데다 유명한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은 폴리마켓은 전용 사용자층도 끌어모았다.

Todd Cravens/Unsplash
Todd Cravens/Unsplash

자칭 ‘폴리마켓 Whales (폴리마켓 고래)’라는 익명의 유저들은 독립 웹사이트에서 폴리마켓 플랫폼 내 거래를 기록하고 이를 트위터에서 방송한다. 이 고래들은 공개시장에 지분이 있는 아마추어들일 가능성이 높지만 코플란은 이들을 ‘프로 진실 사냥꾼’이라고 부른다. (코인데스크US가 여러 번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폴리마켓 고래는 응답을 피했다.)

블록체인에 저장된 데이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측시장이 이상하게 말이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카니에 웨스트와 킴 카다시안이 2021년 1월 1일 전에 이혼할 것인가에 대한 베팅도 약 한 달 정도의 오차는 있었지만 대중의 예측능력을 보여주었다.

코플란은 연예인의 이혼 일간신문 가십거리일뿐 폴리마켓 예측시장과는 관련성이 없다고 보았으나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 다른 예시들을 언급했다. 일례로, 수에즈 운하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로 세계 무역이 마비되었을 때, 폴리마켓 고래들이 풍속, 이집트 강 흐름 특징 및 기타 무관해보이는 정보를 활용해 사고 상황 예측 분석력을 높였다고 한다.

여타 시장 기반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예측시장에도 욕심과 도박이라는 요소가 종종 작용한다. 합리주의 이성론을 내세운 블로그 레스롱(LessWrong)은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허용 발표 며칠 전 테슬라 내부자의 베팅을 예로 들었다. 이 내부자는 비트코인 첫 거래에 도박을 걸고 12만달러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학자 핸슨은 폴리마켓같은 플랫폼 내 활동이 갖는 사회적 효용가치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폴리마켓이 예측시장이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유용한 행동 정보를 제공해야 할 예측이 대중들의 사행성 도박을 부추기는 꼴이라는 것이다.

“가치있는 정보를 전달해야 합니다. 단순히 그 주제에 대해 아무도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고 단순히 데이터만 일으킨다면 가치가 의미가 없어요. 예측시장을 운영할 이유가 없는 거죠.”

한샌은 폴리마켓이 사람들이 제기하는 주제에 대해 조건을 달아야 한다고 했다. 사건 발생 가능성에 ‘예’, ‘아니오’의 프레임으로 질문하기 보다는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사용자들의 결과 예측을 물을 때 더 많은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코플란은 현재 조건부 예측 시장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코플란도 예측시장에서 물어보는 질문 유형이 한정적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진실은 종종 확정적이라기보다는 확률적이죠. 어떤 사안에 대해 시장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 그 시장의 정당성을 테스트하는 시험대가 될 겁니다.”

핸슨에 따르면 예측시장에 참여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재미도 예측시장에 돈을 끌어모을 이유가 된다. 소액만 베팅하는 그원의 경우 지적자극을 얻기 위해 베팅을 한다고 한다.

한샌은 오늘날 탈중앙화된 예측시장이 보잘것없이 보여도 나름의 장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탈중앙화된 예측시장은 기존 법률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홍보되었다는 것이다. 비영리 중앙집권적 시장인 프리딕트잇(PredictIt)과 아이오아일렉트로닉마켓(Iowa Electronic Market)은 미국 상품 선물 거래 위원회 (CFTC) 비조치의견서의 법적보호 하에서 운영된다.

“중앙집권적 예측시장은 규제할 거리가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초기 단계라 큰 피해를 끼치지 않았기 때문에 규제를 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폴리마켓은 아직 매출을 잡기 전이고 토큰을 발행한 적도 없기 때문에 인터넷의 오픈 아키텍쳐로 끝날 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수익실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코플란은 자세한 답을 하지 않았다.)

앞으로 폴리마켓이 답해야 할 문제지 싶다.

영어기사: 임준혁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으로 보내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