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우려스럽지만…정부·여당 '암호화폐' 대책 마련 고심
3년 전 ‘박상기의 난’ 트라우마
김부겸 “피해자 생기면 안돼”
‘은성수 발언’ 역풍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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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원 한겨레 기자
노지원 한겨레 기자 2021년 4월26일 18:30
빗썸 본사 사무실 로비에 설치된 암호화폐 시세 전광판.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빗썸 본사 사무실 로비에 설치된 암호화폐 시세 전광판.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정부와 여당이 투자 광풍이 불고 있는 암호화폐 대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특히 여당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섣부른 진단을 삼가며 '메시지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읽힌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26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가상화폐(암호화폐) 문제에 대해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자칫 피해자가 생기면 안된다. (그래서) 각 나라마다 이 문제를 가지고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 없다”는 등의 지난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국회 발언에 대해서는 “(은 위원장이) 한 번 정도 과열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면서도 “우리 정부 초기 가상화폐 문제 때문에 여러 어려움에 처한 적이 있어 쉽게 답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은 위원장은 당시 국회에서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을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등록한 업체는 없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200개라는데 등록이 안 되면 다 폐쇄된다”고 경고하며 “(젊은이들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얘기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이 발언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2018년 신년 기자회견 내용(“가상통화 거래소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한다”)과 맥을 같이 한다.

당시 박 장관의 발언으로 암호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로서는 정부 고위 인사의 발언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요동치고 부정적 여론이 들썩일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실패하고 그 결과로 젊은층이 주식에 이어 암호화폐 시장으로 몰려가는 상황에서 암호화폐를 ‘제도권 바깥의 투기상품’으로 손쉽게 규정했다가는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 지난 25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은성수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은 위원장의 발언은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 행위에 엄격히 대처하겠다기보다는 가상화폐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 한 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메시지 관리가 중요하다”며 “이미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가상화폐 자체를 부정하거나 죄악시할 수는 없다. 투자자를 어떻게 보호할지는 나라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여당에서는 은 위원장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가상화폐를 산업으로 인정하고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만들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광재 의원은 “금융당국은 암호화폐를 투기로 보고, 기재부는 수익에 대해 과세하겠다고 한다. 투자자 보호는 못하겠으나 세금은 걷겠다는 입장이다. 청년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최고위원을 지낸 노웅래 의원도 “(암호화폐를) 미래 먹거리로 활용을 할 생각은 안 하고, 단지 투기 수단으로만 폄훼하고 규제하려는 것은 기존 금융권의 기득권 지키기이며, ‘21세기판 쇄국정책’”이라며 적극적인 투자자 보호를 주장했다.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 등은 입법 사안이지만 여당 안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암호화폐는 어느 나라도 상품으로 인정한 곳이 없다. 제도권 안에 넣을 수도, 안 넣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은성수 위원장의 발언은 암호화폐를 제도권 안에 넣어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제도화는 국회의 몫인데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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