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반드시 '안전자산'이라 하기 힘든 이유
S&P500 지수와 덩달아 비트코인 가격도 내려... 가격 급등한 금, 국채 등 안전자산과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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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dley Keoun
Bradley Keoun 2020년 2월25일 17:00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만에 3% 이상 내린 것은 올 들어 벌써 7번째다. 출처=트레이딩뷰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만에 3% 이상 내린 것은 올 들어 벌써 7번째다. 출처=트레이딩뷰

현지 시각으로 24일 미국 증시는 6개월 사이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 확진자와 사망자가 곳곳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도 덩달아 하락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의 특징에 비춰보면 하락 폭이 작은 편이었다.

비트코인은 미국 동부 시각으로 24일 밤 11시 현재 개당 $9574에 거래되고 있다. 오후 한때 $9517까지 내려 전날보다 4.6%까지 하락했는데, 가격이 이 정도 오르고 내리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이미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에 3% 이상 하락한 날이 6일이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반적으로는 확연한 오름세가 이어진 덕분에 오늘 하루 하락장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가격은 2020년 들어 32%나 올랐다.

주식시장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S&P500 지수는 3.6% 하락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일일 하락 폭으로 최대치였고, 24일 하루 내린 주가로 인해 2020년 들어 오른 주가가 모두 상쇄됐다. 암호화폐와 외환 분야를 전문으로 분석하는 회사 퀀텀 이코노믹스의 창업자 마티 그린스펀은 암호화폐 시장과 월스트리트가 확연히 대조된 하루였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시장에도 분명 두려운 정서가 느껴졌다. 하지만 오늘 하루 월스트리트에서 볼 수 있던 패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월스트리트는 온종일 장이 폭락하며 안전자산으로 급히 자산을 옮기려는 주문이 종일 끊이지 않았다. 주식시장에서 3%와 비트코인 시장에서 3%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비트코인을 주식이나 채권(junk bond)처럼 위험자산으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금이나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봐야 하는지는 오랜 논쟁거리다. 물론 반드시 둘 중 하나에 속할 필요는 없다. 비트코인은 전통적 의미에서 위험자산이나 안전자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오늘 하루 비트코인 시세에 영향을 미친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오래전부터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를 비판해온 투자자 워런 버핏이 CNBC에 출연해 자신은 아직 “어떤 암호화폐도 가지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가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각국 보건 당국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데 실패하면서 한국과 이탈리아, 중동 일부 국가 등 총 30여 개국에서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시민들의 자가격리 및 그에 따른 제조업 생산 차질, 무역 차질, 여행 급감 등이 세계 경제에 예기치 못한 악재를 끼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빠르게 하락했다.

자산은 주식시장에서 대거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24일 하루 금이나 미국 국채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 가격은 급등했다. 금 가격은 1.7% 올라 온스 당 $1676.5에 거래됐다. 지난 7년 사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국채도 마찬가지였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무려 0.11%P나 떨어진 1.36%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가 내렸다는 건 국채 가격이 그만큼 상승했다는 뜻이다.

지난달 미군이 이란군 지휘관인 가셈 솔레이마니를 사살한 뒤 중동 지역에 전운이 감도는 와중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줄곧 오르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암호화폐가 드디어 안전자산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주 노르웨이의 암호화폐 분석 업체 아케인 리서치(Arcane Research)에서는 비트코인과 금 가격 사이의 상관관계가 올해 들어 약해졌다는, 상반된 보고서도 나왔다.

암호화폐 분석 업체 디지털에셋 리서치(Digital Asset Reserach)의 공동창업자 그레그 치폴라로는 지난 9년간 미국 증시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거나 내린 날 비트코인 가격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분석했다.

증시 가격이 평균에서 표준편차 2배 범위 이상으로 움직인 것을 큰폭 상승 또는 하락으로 정의했을 때, 그 기준에 부합한 날이 지난 9년간 13일이었다. 그중 증시가 폭등한 날 비트코인 가격은 평균 1.5% 올랐고, 반대로 증시가 폭락한 날 비트코인 가격은 0.34% 내렸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 평균 0.6%씩 올랐다.

“가격이 급변해 리스크를 줄이고 안전자산 수요가 높아지는 날에는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국채, 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안전자산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엄연히 다르다.” - 그레그 치폴라로, 디지털에셋 리서치

전통적인 의미의 안전자산에 못 든다고 해서 비트코인의 앞날을 흐리다고 단정할 일은 아니다. 치폴라로는 특히 헤지펀드를 비롯한 대형 투자자들이 전통적인 시장과 가장 상관관계가 적은, 즉 동떨어져 움직이면서도 리스크를 감안해 조정한 뒤에도 높은 수익을 내는 자산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에 중점을 둔 투자 회사 아르카 펀드(Arca Funds)의 최고투자이사 제프 도만은 암호화폐가 월스트리트에 녹아들지 않은 탓에, 주식이나 채권보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에 반응이 느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자산은 월스트리트의 전통적인 중개인을 통해 거래되지 않는다.

“지금 시점에서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분류하는 일은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다. 오늘처럼 전 세계적인 공포가 확산하자 금이나 국채, 혹은 증시가 얼마나 빨리 여기에 반응했는지 생각해 보라.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은 한마디로 완전히 따로 놀았던 하루였다.” - 제프 도만, 아르카 펀드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현재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금리 추가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세계 경기가 침체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즉 코로나19의 여파로 경제 성장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둔화하면 그때는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에 나설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금리를 인하하는 팽창적 통화정책을 펼 경우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거라고 도만은 내다봤다. 총통화량이 고정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헤지 수단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위험자산이나 안전자산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분류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혹은 다른 통화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자산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제프 도만, 아르카 펀드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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