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누르지 않으면 상속인에 자동 이체…'망자의 버튼'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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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yssa Hertig
Alyssa Hertig 2020년 2월26일 08:00
출처=Library of Congress
출처=Library of Congress

어느날 갑자기 당신이 죽는다면 당신의 비트코인은 어떻게 될까. 최근 이것은 단순한 철학적 질문을 넘어 현실적인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이미 사후세계로 떠난 사람은 당연히 암호화폐를 송금할 수 없다. 그래서 해당 암호화폐는 영구히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는 최근 20여 명의 개발자들이 런던에 모여 '망자의 버튼(dead man's button)'이라는 이름의, 일종의 비밀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라이트닝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실험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망자의 버튼'은 타인이 검열할 수 없으며 당신 사후에 당신의 암호화폐를 상속인이 안전하게 받아갈 수 있도록 지켜주는 기능을 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라이트닝 랩스의 인프라 엔지니어인 요스트 예거(Joost Jager)가 시작했다. 그는 최근 1년간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왔다. 지난 2월 6일부터(현지시각) 이틀간 런던에서 열린 어드밴싱 비트코인(Advancing Bitcoin) 컨퍼런스에서 라이트닝 네트워크로 '망자의 버튼'을 만드는 워크숍을 열었다. 처음 시작은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결제 뿐 아니라 메시징 시스템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취지에서였다. 

예거는 이 워크숍에서 '망자의 버튼'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 국가안보국에 대한 내부고발로 유명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자신의 고발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 전 사망할 경우를 대비해 이런 시스템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거는 워크숍을 통해 이 개념을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키센드(Keysend)' 기능으로 구현시키려 했다. 키센드 이용자는 주어진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미리 연결된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전송할 수 있다. 

키센드 기능이 탑재된 비트코인 상속 서비스를 상상해보자.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자신이 사망하면 비트코인을 특정 상속인에게 넘겨주도록 설정해 두고 매주 정해진 버튼을 누른다. 시스템에서 이는 해당 사용자가 아직 살아있다는 신호다. 

만약 버튼이 1주일이 지나도록 눌려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해당 사용자의 사망 신호가 된다. 상속 서비스 시스템은 고객이 사망했다고 판단하고 사전에 정해진 상속자에게 자동으로 자산 관련 정보를 넘기게 된다.  

예거는 이 프로그램 실행에 다소 방해가 되더라도 몇 가지 추가 기능을 더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은 버튼을 누르는 사람과 상속받는 사람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버튼 누르는 사람이 사망하기 전에는 자산 정보가 어디로도 이동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망자의 버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개발자들은 그룹을 나누어 이런 목표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예거는 이들이 낸 아이디어를 모아 프로젝트와 같은 이름으로 깃허브(Github) 페이지에 올렸다. 

그는 "상당히 제한적인 코드에 불과하며 설명된 모든 것을 구현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실제 업데이트된 내용을 보면 프로젝트의 주요한 아이디어들이 일단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 "이 프로그램이 최선책은 아니지만 다른 방식의 접근이나 시도에 영감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예거는 '망자의 버튼' 프로젝트를 하게 된 이유로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잠재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코인데스크에 설명했다. 암호화폐 자동 상속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하나의 메시징 시스템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줄 정도의 복잡한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망자의 버튼'이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훌륭한 실사용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 상속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신뢰해야만 하는 문제와 부딪힙니다. 몇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고 좀 더 사용자 친화적인 설계를 완성한다면 '망자의 버튼'이 암호화폐 상속 서비스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단기간 내에 되진 않겠지만 나는 사람들이 가능성을 봤으면 좋겠습니다."(요스트 예거 연구원)

암호화폐 상속 전문가이자 '암호자산 상속 계획(Cryptoasset Inheritance Planning)'이라는 책의 저자인 파멜라 모건(Pamela Morgan) 변호사는 이 기술이 아직 미완성 상태라는 예거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사용자들이 망자의 버튼 서비스에 돈을 넣도록 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재미있고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암호자산 상속과 분배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해요. 상속처럼 중요한 행위를 이런 식의 해결책에 의존하는 것은 개인에게 엄청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지요."(파멜라 모건 변호사)

다만, 그는 이 기술이 장래성이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마니아들도 자신들이 죽은 후에 이 화폐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는 사람들이 암호화폐 상속을 더 일반적인 관행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즐겁다. 모건은 "망자의 버튼이라는 서비스가 생긴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포함시켜서 실제 상속 계획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예거는 네트워크를 통해 메시지를 더 쉽게 보낼 수 있도록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메시징 시스템을 보강하고 있다. 

번역: 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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