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토큰화 걸림돌…여전히 복잡한 결제수단 선호해”
국제결제은행 분기별 보고서
“디지털 혁신은 공통의 목표…세계 금융권 협력 필요”
“혁신허브센터 중심으로 디지털 혁신 문제 선도적으로 대응”
"현금을 다시 만들어야 하나, 사용법을 개선해야 하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anny Nelson
Danny Nelson 2020년 3월3일 09:00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장(가운데)은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결제 수단 변화의 가장 획기적인 부분은 p2p 결제 방식, 곧 대금 결제인과 수취인을 직접 연결해 중개 금융 기관의 수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출처=위키미디어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장(가운데)은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결제 수단 변화의 가장 획기적인 부분은 p2p 결제 방식, 곧 대금 결제인과 수취인을 직접 연결해 중개 금융 기관의 수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출처=위키미디어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1일 펴낸 분기별 보고서에서 결제 수단의 혁명이 가져올 중대한 변화를 집중적으로 조망했다. 보고서에는 결제 수단의 변화에 따른 대응책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는 국제결제은행의 노력이 그대로 나타난다.

총 138쪽에 이르는 이번 보고서는 금융 시장의 변화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서, 곧 다가올 결제 인프라의 대대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핵심 주제는 증권형 토큰,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통화), 국가 간 결제, p2p(개인 간) 금융 등 모두 4가지다.

국제결제은행의 신현송 연구팀장은 “현재 결제 수단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어 이로 인한 혼란의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며, “정책입안자들이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여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장은 보고서 도입부에서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결제 수단 변화의 가장 획기적인 부분은 p2p 결제 방식, 곧 대금 결제인과 수취인을 직접 연결해 중개 금융 기관의 수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토큰화

보고서는 분산원장기술을 기반으로 자산을 토큰화하는 방식은 결제 사이클 자체를 간소화하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역설적으로 그 간소화 수준이 일부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보다 훨씬 높아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투자자들은 이미 지금의 다소 느리고 불편한 결제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결제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중개업자를 몇차례 거친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유동성 문제에 부딪히면 이런 복잡한 과정은 오히려 득이 된다.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산원장 기반 시스템이 도입되고, 중개업자가 사라져 이런 중간 과정을 건너뛰면, 투자자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도 없어진다.

“시장 참여자들은 오히려 결제 사이클이 간소화되는 걸 원치 않을 수 있다. 결제 절차가 줄어들면 유동성 요건도 늘어나고, 결제에 필요한 현금이나 담보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 BIS 보고서

이러한 현실은 BIS 연구진이 증권 등 각종 자산의 토큰화 주제를 좀 더 깊이 연구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BIS 연구팀의 분석 결과 분산원장기술 기반의 시스템을 실행하려면, 먼저 각종 단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형 토큰의 합법성 문제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같은 단기적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운영상의 위험 등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분산원장기술과 스마트계약은 청산 및 결제 분야에서 아직 완전히 증명된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계좌 기반 시스템과 상충하는 부분도 해결해야 한다.

이에 보고서는 “토큰화 기반 시스템과 계좌 기반 시스템이 서로 얼마나 잘 호환되는지가 분산원장기술의 성공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BDC

증권형 토큰에 대한 부분은 이번 보고서가 결제 시스템의 변화와 관련해 언급하는 다양한 주제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보고서는 디지털 통화와 관련된 내용을 훨씬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BIS는 특히 CBDC에 관해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CBDC는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중 어디에 집중하는가? 계좌 기반의 시스템인가, 토큰 기반의 시스템인가? 분산원장과 중앙 집중화된 시스템, 하이브리드 시스템 중 어디를 기반으로 운영돼야 하는가? 과연 CBDC는 꼭 필요한가?

보고서는 ‘CBDC 기술’이라는 영역에서 CBDC 관련 내용을 다루지만, 위 질문들에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진 않는다. 다만 연구자들은 각각의 질문이 암시하는 여러 문제와 우려 사항을 가정해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통화가 기존의 결제 시스템보다 이점이 많지 않으면 굳이 개발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한다. 편리성 측면에서 CBDC가 현금이나 신용카드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CBDC를 외면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결제 수요가 몰릴 때 시스템이 이를 충분히 뒷받침할 수 없으면 일반 투자자도 굳이 CBDC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분산원장기술 기반의 CBDC는 합의 매커니즘이 존재하는 탓에 트랜잭션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이는 곧 하루에도 수백만 건의 소액 결제를 처리해야 하는 소매 시스템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은행과 대형 기관 사이의 결제를 처리하는 시스템의 경우 합의 매커니즘으로 인한 한계를 좀 더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어 CBDC 시스템이 지닌 분산화의 문제도 지적했다. 분산화는 중앙 집중식 시스템으로 인해 초래되는 각종 위험을 줄여주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취약점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분산형 아키텍처의 가장 큰 약점은 해킹 등으로 최상위 레이어에 있는 노드(top node)가 공격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합의 매커니즘도 주요 약점으로 지목된다. 서비스 거부 공격(denial-of-service)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금융 업계에서는 여전히 분산원장기술과 CDBC에 관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BIS 연구자들은 “CBDC와 관련된 각종 실험 결과가 항상 고무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며, 분산원장기술이 미래 결제 시스템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하는 일부 중앙은행의 우려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몇몇 중앙은행은 분산원장기술 기반의 CBDC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결제 방식의 변화

카르스텐스 은행장은 보고서 앞머리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형식의 새로운 결제 인프라가 가져올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6월 리브라 백서를 발표한 이후 디지털 통화를 개발하려는 각국 중앙은행의 행보는 더욱 빨라졌다. 물론 리브라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과연 리브라가 기존 금융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인지는 여전히 확실치 않다.

BIS도 여기에 분명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디지털 혁신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서는 전 세계 금융권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최근 발족한 혁신허브센터가 이러한 협력에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IS는 혁신허브센터가 여러 은행 및 통화정책 입안자들과 긴밀히 협력해 디지털 혁신을 위한 기틀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위스와 홍콩, 싱가포르 등 금융 허브 당사자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다진 만큼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을 하나로 아우르는 정책 개발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혁신허브센터의 본격적인 출범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BIS는 혁신허브센터를 중심으로 지불 및 결제 시스템, 통화 등 디지털 혁신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폭넓게 다뤄나갈 예정이다.

카르스텐스 은행장은 혁신허브센터가 풀어야 할 문제를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현금을 다른 형태로 다시 만들어야 하는가, 아니면 형태는 그대로 두되 현금을 제공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개선해야 하는가?” -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장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