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포기하는 것은 블록체인 모두 포기하는 것"
[인터뷰] 홍원택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철
김병철 2020년 5월25일 07:00
출처=홍원택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출처=홍원택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암호화폐를 포함한 자금세탁방지를 연구 중인 홍원택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는 미래 기술인 블록체인을 살리기 위해선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을 양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도 그런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홍 교수는 지난 21일 코인데스크코리아와 전화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시장과 자금세탁방지 정책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홍 교수는 암호화폐 양성화가 필요한 이유와 관련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근데 그렇지는 않다. 블록체인이 유지되고, 비트코인이 성공한 건 (암호화폐라는) 보상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가 불법화돼 포기하게 되면 블록체인도 포기해야 한다. 그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 미래 유망 기술인 블록체인은 살려야 한다. 분리가 안 되기 때문에 결국 양성화해야 한다."

국회는 지난 3월 암호화폐를 최초로 법률에서 규정하는 특금법을 개정했다. 개정 특금법이 2021년 3월 시행되면 무법지대에 있던 암호화폐는 규제를 받기 시작한다. 국내 암호화폐 업계에선 제도권 편입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많은 중소거래소가 금융당국 신고라는 진입장벽을 넘지 못하고 문을 닫으면 국내 거래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홍 교수는 암호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VASP)에게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개정 특금법이 산업을 양성화하고, 장기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더 성장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금법이 시행되면) 사업자, 개발자 입장에선 자유도가 떨어지니까 거추장스러워진다. 그래서 산업발전을 해친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더 많은 투자자, 이용자를 유치하려는 큰 그림으로 멀리 본다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특금법 시행은) 당국이 (암호화폐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더 이상 사기가 일어나고 피해가 일어나는 걸 좌시하지 않겠다'고 시장에 신호를 주는 거라, 저는 전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책이 라이선스 쪽으로 가는 건 당국이 심각하게 보고있으며 굉장히 성숙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홍 교수는 연달은 해킹 등으로 파산을 선언한 암호화폐 거래소 야피존-유빗-코인빈 사례를 들어 제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4년 문을 연 야피존은 두 차례 해킹으로 약 325억원의 암호화폐를 잃었으나 그때마다 이름을 바꿔 연명했다. 그러다 2019년 암호화폐 키를 분실해 약 24억원 손실이 발생하면서 결국 파산을 선언했다. 그동안 누구나 아무런 규제 없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는 환경에서 많은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그런 식으로 간판갈이만 하는 어중이떠중이 거래소는 시장에서 퇴출되는 게 맞다. 특금법이 얘기하는 아주 기본적인 신고 절차를 거치면, 서비스 제공이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업체들은 사라져서 (시장이) 깨끗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금법도 일본이나 뉴욕주와 비교하면 무리한 건 없다. 아예 지키지 못한다는 사람은 시장참여에서 배제한다는 점에선 보기에 따라 너무 당연한 거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2020년 2월16일~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총회를 열었다. 출처=FATF 페이스북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2020년 2월16일~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총회를 열었다. 출처=FATF 페이스북

 

"암호화폐 트래블룰도 지켜져야"

홍 교수는 특금법 내용 중에서도 특히 가상자산사업자에게도 여행규칙(트래블룰, 전신송금 시 정보제공)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과 관련해, "국제자금세탁기구(FATF) 권고안을 우리 상황에 맞게 매우 잘 실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거래소 지갑에서 가상자산사업자가 아닌 개인지갑으로 입출금할 때는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업계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더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거래소의 상대방이 개인지갑일 경우에는 (암호화폐를) 내보내면 안 된다. 그동안 안 지켰는데 사실 당연히 조심했어야 한다. 이런 장치가 생기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더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미 특금법에 그렇게 명시돼 있다. 우리가 돈을 인출할 때 차명계좌, 대포통장에 못 넣는다. 그건 상식이다. 가상자산도 똑같이 생각하면 된다. 차명계좌인지, 대포통장인지 확인하고 실명확인 된 곳에만 보낼 수 있는 거다."

개정 특금법에 따르면, 앞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거래소는 사실상 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실명가상계좌)를 계약한 경우에 한정된다. 현재 이 서비스를 보유한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4곳뿐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왜 보수적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거래 금액이 크지도 않은데 계좌를 열어줬다가 테러자금에 연루돼 국제 금융망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위험을 감수할 곳은 없다. "(암호화폐)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시각을 이해는 하지만 '우리 진입 못하게 한다'고 툴툴거리는 것보단, 기존 금융권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해서 빨리 시장을 무르익게 만드는 게 좋지 않겠나."

 

"제도권 밖 불법시장화 막아야"

홍 교수는 암호화폐가 불법 범죄자금과 연루된 사례가 잇따르면서 성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계속 말썽부리고 신고하라는데 신고 안 하고 다크넷, 다크코인 등 어두운 곳으로 성장한다면 장기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미래는 암울하다"며 "마약, 조주빈, W2V 이런 자극적이고 안 좋은 얘기만 계속 나온다면 누가 돈을 투자하고 자산을 변환시키겠나?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규제가 되고 깨끗이 돼야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성이 강하고 해외송금에 장벽없는 암호화폐가 범죄에 사용된 사례는 많다. 미국에선 비트코인으로 마약을 살 수 있던 다크웹 사이트 실크로드 운영자가 2013년 체포됐고, 2014년 국내에서도 고등학생이 비트코인으로 대마를 밀수입했다가 적발됐다. 세계 최대 아동성착취 시장이었던 '웰컴투비디오(W2V)' 그리고 텔레그램 채널 'n번방', '박사방'에서도 비트코인, 모네로 등 암호화폐가 결제에 사용됐다.

반면, 홍 교수는 "기존 금융권의 기관투자자, 개인투자자들이 믿을 수 있는 안전한 시장으로 바뀐다면 2017년 성장 이상으로 커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내놨다.

홍원택 교수는 고려대에서 물리와 수학을 전공했으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에서 수학금융 석사, 응용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가천대 경영대학 금융수학과에 재직했고, 현재 경희대 국제대학에서 데이터사이언스를 가르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을 활용한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불법 거래를 추적하는 머신러닝을 연구했다. 대검찰청은 이 연구를 현장 수사에 적용하고 있다. 최근엔 자금흐름추적 기술과 더불어 관련 정책 연구도 하고 있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