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드라이버에게 주식 준다? 프로토콜 경제란
플랫폼 독과점의 성과를 이용자와 분배
박영선 장관 "플랫폼 경제 폐해를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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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1년 1월6일 18:53
우버. 출처=Austin Distel/Unsplash
우버. 출처=Austin Distel/Unsplash

시대를 잘 만난 경제 정책은 급물살을 탄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화제인 '프로토콜 경제' 얘기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처음 꺼내놓은 이 개념은, 정부가 12월 발표한 2021 경제정책방향에 중기부 10대 과제로 포함됐다. 중기부 공무원들은 새해 초부터 프로토콜 경제 발전전략 수립에 바빠진 모양새다.

프로토콜 경제란 디지털 자산을 이용하는 개방형 경제 플랫폼이다. 이용자들과 플랫폼 소유자가 함께 정한 프로토콜(규칙)에 따라 플랫폼을 운영하고, 성장에 따른 이익을 디지털 자산으로 공유하는 게 이 개념의 핵심 내용이다. 

정부에서 처음 프로토콜 경제를 주창하고 나선 박영선 장관은 "기존 플랫폼 경제가 가져온 독점화의 폐해를 보완하는 참여형 공정 경제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IT기술이 발전하면서 10년 전에는 없었던 플랫폼 경제 규모가 급성장했는데, 이제는 그 영역의 몫을 공정하게 나누는 모델을 도입하자는 얘기다. 

민간에서도 프로토콜 경제 육성에 호응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인 해시드는 지난달 23일 1200억원 규모의 해시드 벤처투자조합 1호를 결성하고 프로토콜 경제를 구현하려는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개념이다 보니 실물경제에서 아직 프로토콜 경제에 딱 맞는 사례는 없다. 드라이버에게 주식을 지급할 수 있게 법적 근거를 마련한 우버나 호스트에게 싼 가격에 주식을 나눠주는 에어비앤비 정도가 '우수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블록체인 업계에서 프로토콜 경제는 상당히 낯익은 개념이다. 2020년 급성장한 탈중앙화금융(디파이, Defi) 시장이 이런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프로토콜 경제를 다음 세대 경제모델로 지목하며 디파이 시장의 빠른 성장을 예로 들었다. 

지난해 디파이 시장 성장의 배경엔 플랫폼이 플랫폼 이용 대가로 이용자들에게 지급했던 거버넌스 토큰이 있다. 거버넌스 토큰은 해당 플랫폼의 운영 정책(프로토콜)을 결정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투표권이다. 플랫폼이 커질수록 가치가 올라가며 돈을 받고 타인에게 양도가 가능하다.

특정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 디파이 이용자들은 거버넌스 토큰을 나눠주는 플랫폼으로 몰려들었다. 블록체인 기반 대출 플랫폼인 컴파운드는 지난해 6월 거버넌스 토큰 도입 후, 한달 만에 예치자산이 9천만달러에서 약 7억달러까지 7배 이상 늘어났다. 

탈중앙화 거래소인 유니스왑은 거버넌스 토큰 도입 직후인 지난해 9월 154억달러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월 거래량(136억달러)을 넘어서기도 했다.

규제 없는 디파이 영역에서의 성공 방식이 실물경제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프로토콜 경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이런 흐름이 일종의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경제민주화나 미국의 반독점법 등 현대 사회에서 공감을 받는 공정에 대한 요구와 프로토콜 경제의 발상이 상당부분 겹친다는 것이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용자와 함께 플랫폼의 규칙을 정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기업의 개방성과 투명성 확보도 이점으로 지목된다. 단순히 공정한 분배만을 위한 시스템은 아니라는 얘기다. 

김 대표는 "소수의 경영진이 모든 것을 결정할 때보다는 회사와 연결된 좋은 이해 관계자들을 잘 만들 때 해당 기업에 유용한 네트워크가 커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왕정에서 민주정으로의 변화와도 맥이 닿아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프로토콜 경제가 플랫폼 경제의 보완재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당장 국내에서 장애물은 명확하다. 프로토콜 경제를 실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코인 등 디지털 자산이 법정화폐와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게 제도가 필요하다.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 지면에도 게재됐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매달 한 차례 한겨레신문의 블록체인 특집 지면 'Shift+B'에 블록체인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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