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제대로 씁시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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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1년 3월16일 12:04

"근데 저희 진짜 3월 25일부터는 영업 못 하는 거에요? 정부가 벌집계좌 쓰는 거래소들 계좌를 막아버린다던데…"

지난주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일하는 A씨에게 또 같은 질문을 들었다.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었느냐 물어보면 메신저로 기사를 보내준다. B매체의 기사다. 

'벌집계좌'란 국내 암호화폐 업계에서 통용되는 은어다. 은행에서 실명확인입출금계정을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가 거래소 명의의 법인계좌 한 곳으로 원화 입금을 받고, 내부에서 장부 정리하는 방식으로 이용자 계정 관리를 하는 방식을 말한다.

원화를 받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중 현재 실명확인입출금계정을 보유한 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개뿐이다. 이외에는 모두 벌집계좌를 사용한다.

A씨가 보내온 기사에는 금융위원회가 오는 3월2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 감독규정을 입법 예고하면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벌집계좌를 25일부터 금지한다고 적혀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특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앞으로 계속 영업을 이어가기 위해서 은행과 실명확인입출금계정 계약을 맺은 후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엔 단서가 붙어 있다. 3월25일 이전부터 영업하던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이 신고 의무가 6개월간 유예된다.

앞서 금융위도 설명했고, 이미 여러차례 보도됐던 내용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을 검색하면 부칙 2조와 3조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출처=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출처=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이 주제로 기사를 쓸 것인가 내부 논의를 진행하던 날, 마침 코인데스크코리아 소속 기자 중 한 명이 특금법을 담당하는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와 점심 약속이 되어 있었다.

해당 기자가 암호화폐 거래소 벌집계좌를 3월25일부터 사용 금지하는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그 관계자는 무슨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법에 9월24일까지 신고를 유예하도록 되어 있다"라고 답했다. 이를 기사로 내자, 많은 거래소 관계자들이 사실여부를 확인해줘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존 산업에서는 별것 아닌 수준의 보도자료 한 장으로도 코인 가격이 수십 퍼센트 등락하는 곳이 암호화폐 업계다. 이를 보도하는 매체들이 정확한 정보를 전하는데 더욱 만전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소동의 근원이 되었던 B매체의 기사는 아직 수정되지 않았다. 기사 내용이 언제 바로잡힐지 계속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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