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가 증명한 새로운 사업모델: 소유와 경험
제대로 값을 매길 수 없었던 ‘감정’이 거래되는 새로운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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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elle Acheson
Noelle Acheson 2021년 3월16일 18:00
출처=Tengyart/Unsplash
출처=Tengyart/Unsplash

대체불가능토큰(NFT)에 관한 이야기가 사방에서 들려오고 있다. 다소 과열된 부분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NFT열풍은 기술이 이끄는 문화적 전환을 시사하며, 그 동안 나는 이를 설명하는 글을 얼마나 쓰고 싶었는지 모른다.

실제로 우리는 디지털 세계에 살고 있으며, 때문에 우리의 문화적 소비 역시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특히 요즘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실제로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 보다 그 무언가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중시되고 있다.

앞서 내가 다른 글에서 썼던 바와 같이, 젊은 세대는 투자라는 개념에 상당히 큰 영향을 주고 있고, 또 그 자체로도 매우 흥미롭다. 하지만 NFT와 관련해서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이번 글에서 나는 하나의 문화, 또는 한 세대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NFT 열풍이라는 현상 그 아래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살펴보고, 이것이 시장의 변화에 대해 무엇을 시사하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다.

NFT 열풍은 디지털 예술품, 영상, 음악, 트윗 등이 거래되는 새로운 시장의 등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토큰화된 증권이나 보험 등 NFT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새로운 금융자산의 등장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모두 잠재적으로 커다란 혁신을 불러올 수 있는 변화지만, 사실 나는 또 다른 시장의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제대로 값을 매길 수 없었던 ‘감정’이 거래되는 시장이다.

이는 새로운 시장의 등장을 넘어, 개인간의 소통과 관계의 모습이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문화 뿐만 아니라 모든 서비스 분야의 사업 모델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고, 기존 웹 구조의 불공평과 취약점을 해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NFT 열풍

NFT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코인데스크US의 올리 리치 기자가 훌륭히 설명해 둔 글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NFT와 관련된 문화적 힘의 작용을 다룬 제프 윌서 기자의 글도 강력 추천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NFT는 특유의 성질을 지니면서 디지털 형태로 된 모든 것을 나타낼 수 있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말 그대로 대체가 불가능한 토큰이다.

고양이 캐릭터를 수집해 양육할 수 있는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는 2017년부터 대중의 주목을 받아왔다. 크립토키티를 개발한 대퍼랩스(Dapper Labs)는 최근 NBA 톱숏(NBA Topshot)의 성공으로 언론 조명을 받고 있으며, 최근 20억달러의 기업가치 평가에 2억5천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한 주 동안 운동선수, 패스트푸드 업체, 주류 언론사 등이 NFT 세계에 진입해 시장 규모를 넓히고 있다. 11일에는 25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경매회사 크리스티스(Christie’s)가 디지털 예술작품을 6900만달러 이상에 판매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ICO(암호화폐공개) 열풍이 불던 2017년과 비슷하다고 평가한다. 당시 사람들은 크라우드소싱을 기반으로 하는 토큰판매가 자본시장에 새로운 혁명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했다. 제대로 된 계획 하나 없는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그 아이디어 자체만으로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면, 주식시장이나 은행 대출은 더 이상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NFT에 대한 관심 급등과 함께 2017년의 상황이 다시 떠오르면서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거품은 그때의 거품과 다르다. ICO 열풍 당시 투자자들은 블록체인, 토큰, 기능성 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NFT 열풍은 문화와 관련된 것이다. 대중의 관심도 3년 전에 비해 높다.

 

소유권과 자부심

최근의 NFT 열풍이 2017년의 상황과 다른 또 다른 이유는 토큰화의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더욱 흥미로워진다.

NFT가 될 수 있는 자산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만, 지금까지는 주로 디지털 예술품, 영상, 음악 등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데 보통 이런 것들은 인터넷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굳이 돈을 주고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무리 원본이 더 좋다고 하더라도, 해상도나 기능 차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만한 가격 차이를 설명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NFT가 팔리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소유’의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수백년 동안 미술작품이 거래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유동성 있는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울러 물리적인 세계에서는 특정 그림이나 조각품을 나만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예술품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준다.

NFT의 경우, 독점권의 요소 중에서도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자부심을 추출해 이를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예를 들어보겠다. 내가 코인데스크US 동료인 닉의 트윗 중 하나를 나타내는 NFT를 구매했다고 치자. 해당 트윗은 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볼 수 있다. 나는 트윗을 이미지로 변환한 것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미지가 본래의 트윗보다 나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트윗을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자부심을 돈으로 환산해 그 값을 지불한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닉이 내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생각해보자 (사실 그럴 일은 없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예는 아닌 것 같다). 이론적으로는 이 트윗을 소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자부심을 돈과 교환할 수 있는 유동성 높은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시장을 통해 기존 가격과는 다른 가격에 닉의 트윗을 처분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이론적으로는, 감정에 값을 매겨 시장에서 사고팔 수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플랫폼과 서비스의 사업 모델은 완전히 달라져야 할 것이고, 미래 시장의 작동 방식도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이다.

출처=크립토키티 홈페이지 캡처
출처=크립토키티 홈페이지 캡처

감정의 가격 결정

가장 순수한 형태의 시장에서는 시장 참여자들의 합의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무형의 대상을 추출해 글로벌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이론대로 우리가 NFT를 통해 시장에서 ‘소유의 자부심’에 대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면, 우리는 곧 ‘서비스에서 느끼는 만족감,’ ‘플랫폼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느낌,’ 그리고 ‘친구들과 연결할 수 있어 고마운 마음’ 등의 감정에도 값을 매길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우리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아울러 그 동안 프라이버시, 인센티브, 조작 등과 관련해 문제가 넘쳐났던 인터넷 서비스의 전통적인 광고 기반 사업 모델 자체를 완전히 뒤엎어 놓을 수 있다.

트위터를 예로 들어보자. 트위터의 주가는 이 회사가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그렇진 않다. 차라리 광고 매출을 반영한다고 말하는 편이 가깝다.

물론 광고 매출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를 이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간접적으로는 사람들이 트위터 사용을 통해 얻어내는 가치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봇 등을 활용한 위조 접속 건수도 많기 때문에, 실질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만약 트위터 이용자인 우리가 직접 트위터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면 어떨까? 배움과 연결, 커뮤니티와 밈,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서로와의 합의로 가격을 결정하고, 이 가격의 합으로 트위터의 가치를 판단한다고 생각해보자.

시장 참여자들이 직접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흥미로운 토큰 프로젝트들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이런 아이디어가 실험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 생활 속에서 발현된다고 상상해보자. 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사업 요소들이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이는 NFT라는 특정 장치에 관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가치’와, 아무리 변동성 높은 가격이라 하더라도 그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새로운 합의 방식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종류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출처=Alexander Shatov/Unsplash
출처=Alexander Shatov/Unsplash

껍데기와 알맹이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NFT 자체도 아직은 더 많은 시장과 자산, 서비스, 창의성, 커뮤니티 등이 등장하고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역시 갈 길이 멀다.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금융상품의 형태로 기존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지금은 젊은 세대가 기존의 사회·금융 구조에 제공하는 새로운 문화적 언어의 렌즈를 통해 앞을 내다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롭다. 아울러 지금은 온라인 연결의 취약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그만큼 새로운 온라인 연결 시대의 모습에 대해서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이미 이런 변화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진위 여부와 소유권이 검증된 디지털 예술품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현상을 보면서, 이 또한 언젠가는 붕괴해 버릴 과열현상으로 인식하거나, 제대로 된 기반도 없는 시장에 또 다시 너무 많은 돈이 유입돼 움직이고 있다는 강한 우려를 품을 수 있겠지만, 빈 껍데기와 속이 꽉 찬 알맹이는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2017년에도 그랬다. 시장의 피로나 규제당국의 개입 등으로 빈 껍데기의 소음이 잦아들면, 알맹이의 모습은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이를 토대로 우리는 새로운 벽돌을 쌓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영어기사: 임준혁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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