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5억원에 팔린 디지털 그림… NFT, 누구냐 넌?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NFT 그림
NFT 코인 320배 올라… 거품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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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박상혁 2021년 3월20일 22:59
출처=비플/크리스티
출처=비플/크리스티

대체불가능토큰(NFT) 역사에 남을 사건이 지난 13일 일어났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이 NFT로 만든 ’매일: 첫 5000일’이라는 작품이 6930만달러(약 785억원)에 낙찰된 것이다. 낙찰자는 NFT 펀드 메타퍼스(Metapurse)의 창립자 메타코반이다. 메타코반은 실명이 아닌 닉네임이다.

비플의 이번 작품은 미술사에서 역대 세 번째로 높은 가격으로 낙찰됐다. 인플레이션으로 시간이 갈수록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걸 감안해도 기록적 가격이다.

아티스트 작품명 낙찰가 낙찰연도
제프 쿤스 토끼 9110만달러 2019년
데이비드 호크니 예술가의 초상 9030만달러 2018년
비플 매일: 첫 5000일 6930만달러 2021년

비플의 NFT는 역사상 세번째 비싼 낙찰가이며, 디지털 작품으로는 역대 최고가다. '매일: 첫 5000일'이 비싸게 팔린 이유는 비플이 디지털 작품 업계를 선도한 인물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플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5000개 이상의 디지털 작품을 창작했다.

최근 비플 외에도 많은 유명인이 NFT 작품을 고가에 판매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연인이자 가수인 그라임스는 NFT로 만든 자신의 그림 10점을 580만달러에 팔았다. 트위터 창립자 잭 도시는 지난 6일 자신의 첫 트윗을 NFT로 만들어 경매 사이트에 올렸다. 이 경매는 22일 종료될 예정이며, 현재 경매가는 250만달러로 책정돼 있다.

작품을 NFT화했다는 것만으로 가치가 높아지는 이유가 뭘까. 실물을 있는 그대로 보관하면 위조품이 만들어졌을 때 진위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다. 도난에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NFT는 실물을 토큰화해 고유한 디지털 소유권을 보장한다. 한번 블록체인 상에 기록된 NFT 소유권은 위변조를 할 수 없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실물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암호화폐 산업에 처음부터 NFT 서비스가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암호화폐의 시초인 비트코인은 중개인 없는 개인간(P2P) 금융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코인이다. A라는 코인을 동일한 가치를 지닌 B라는 코인으로 바꾸는 기능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NFT를 적용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블록체인 산업이 발전하면서 암호화폐가 탈중앙 P2P 금융 외의 영역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최초의 블록체인 게임이자 NFT의 시작이라고 평가 받는 크립토키티. 출처=크립토키티
최초의 블록체인 게임이자 NFT의 시작이라고 평가 받는 크립토키티. 출처=크립토키티

NFT 서비스를 대중화시킨 건 2017년에 나온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 키티’다. 게이머는 크립토키티에서 NFT 고양이 캐릭터를 모으고, 교배를 통해 희소성이 있는 새끼를 키워서 판매할 수 있다.

크립토 키티 개발사인 대퍼랩스(DapperLabs)는 토큰 발행 표준 ERC-721을 적용해 증서 방식의 토큰을 발행했다. 모든 고양이를 토큰화해, 똑같이 생겼더라도 각 고양이가 고유한 가치를 가지게 만든 것이다.

이더리움 기반의 크립토키티는 2017년 당시 거래량이 10만 건에 육박해, 이더리움 수수료를 치솟게 만들었다. 또한 당시 이더리움 시세로 희귀 고양이가 11만8000달러에 거래되는 등, NFT가 실질적으로 성공한 첫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크립토키티는 암호화폐가 송금 수단을 넘어 디지털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후 NFT는 디지털에서 소유권을 인증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게임뿐만 아니라 수집품, 예술품 시장 등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NFT 시장 급성장… 거품 우려도

NFT 시장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NFT 정보사이트 논펀지블닷컴에 따르면, NFT 거래액은 2019년 약 6200만달러에서 2020년 약 2억5000만달러로 4배 증가했다.

2021년엔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지는 분위기다. 댑레이더(DAppRadar)에 따르면, NFT 서비스인 NBA 톱숏은 지난 17일 전체 블록체인 댑 중 '이용자 수(7일 평균)'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암호화폐 시가총액 8위인 디파이(DeFi, 탈중앙금융) 프로젝트 유니스왑이다.

NFT 관련 코인의 가격 상승세도 매섭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7일 기준 NFT 관련 프로젝트로 묶인 코인들의 7일 평균 가격은 최소 몇십 퍼센트에서 최대 몇백 퍼센트까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퍼랩스가 개발한 NFT 플랫폼 프로젝트 플로우는 ICO(암호화폐공개) 가격 0.1달러에서 약 320배 오른 32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 마이네이버앨리스는 지난 15일 바이낸스 상장 첫날 250배가 넘는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17일 NFT 관련 암호화폐 시세. 출처=코인마켓캡
17일 NFT 관련 암호화폐 시세. 출처=코인마켓캡

NFT 가격 급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라이트코인 창시자 찰리 리는 지난 5일 트위터에서 “NFT는 쉽고 저렴하게 복제할 수 있는 디지털 수집품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현재 시장 가치는 평범한 NFT 작품이 아닌 미술품, 음악 스포츠 카드 등으로 한정돼 있다”고 했다.

국내 블록체인 콘텐츠업체 디스프레드의 예준녕 공동창업자 역시 “NFT가 장기적으로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재의 가격 급등은 거품이 있다”며 “신규 투자자들은 이러한 요소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일부 기업들도 NFT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는 리서치 업체 델파이 디지털이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 악시 인피니티의 NFT 캐릭터를 구매했다. 국내에서는 게임사 위메이드트리와 경매업체 서울옥션블루 등이 NFT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담보대출 등 NFT를 활용한 금융상품도 나왔다. NFT 자산관리 플랫폼 NFT뱅크의 김민수 대표는 “유동성 자산을 거래하는 디파이와 달리 NFT는 부동성 자산이라서 오히려 담보를 잡기 쉬운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NFT 업계에서 이와 관련한 시도가 계속해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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