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검열·삭제 가능한 블록체인을 만들려 한다
정부 주도의 블록체인 서비스 네트워크(B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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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 Baydakova
Anna Baydakova 2021년 3월24일 18:10
출처=Nick Fewings/Unsplash
출처=Nick Fewings/Unsplash

“무언가를 잘못하면 체인 전체를 지워버릴 수 있다.”

중국의 블록체인 서비스 네트워크(区块链服务网络, BSN, Blockchain Service Network)를 담당하는 개발사 레드데이트(北京红枣科技)의 최고경영자(CEO) 허이판(何亦凡)이 시스템 내에서 정부의 통제 수준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BSN은 블록체인 개발자들을 위해 중국이 개발 중인 정부 프로젝트다. 이미 15개의 퍼블릭 블록체인에 개발된 탈중앙화앱(댑, dapp)이나 툴을 지원할 수 있다. 레드데이트는 BSN이 중국 내외에서 개발자들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블록체인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암호화폐를 경계하는 모습이지만 (정부의 통제가 닿는 한)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중국은 적극적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서 세계 우위를 차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 노력에는 두 갈래가 있다. 하나는 DCEP라고 불리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이고, 두 번째가 기업용 블록체인 제품을 개발하는 프레임워크인 BSN이다.

그러나 중국의 접근 방식은 정부의 개입이 통하지 않는 불변의 시스템이라는 블록체인 본래의 개념과는 다르다.

레드데이트의 국제 사업개발 매니저인 에리카 루에 의하면, BSN 기반 기업용 블록체인 시스템은 항저우, 슝안신구, 창사, 하이난 지방에 배포됐다. 몇몇 지방에서는 올해 BSN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시아, 유럽, 터키, 북아프리카에 있는 정부들도 관심을 표했다.

 

두 갈래의 길

중국의 국영 통신사 차이나 모바일(China Mobile), 유니언페이(UnionPay), IT 스타트업 레드데이트가 함께 BSN을 이끌고 있다.

BSN은 개발자들에게 두 가지 버전을 제공한다. 중국 밖의 개발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와 중국 내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두 가지 블록체인 옵션을 제공하며 물리적으로도 분리되어 있다. 글로벌 서비스는 홍콩, 캘리포니아, 파리에 있는 아마존 웹서비스 데이터센터를 통해 운영되고, 국내용 서비스는 중국 내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통해서만 운영된다고 한다.

글로벌 서비스는 이미 15개의 퍼블릭 블록체인을 포함하며, 올해 말까지 30개의 블록체인을 추가할 예정이다. 현재 포함된 블록체인으로는 이더리움, 이오스(EOS), 테조스(Tezos), 니오(Neo), 솔라나(Solana), 폴카닷(Polkadot), 캐스퍼(Casper), 너보스(Nervos), 아이리스넷(IRISnet, 텐더민트와 중국 기업 비안지가 만든 코스모스의 허가형 포크 버전), 알고랜드(Algorand), 셰어링(ShareRing), 오아시스(Oasis), 비트위안(Bityuan), 니어(Near), 핀도라(Findora)가 있다.

국내외 서비스 모두 바이두의 슈퍼체인(Xuperchain), 피스코(Fisco, 텐센트의 위뱅크가 만든 블록체인 제품), 하이퍼레저와 쿠오럼의 포크 버전 등도 제공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탈중앙화된 옵션이 있는데도 BSN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은 비용 때문이다. BSN을 사용하면 전통적인 서비스 제공자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또한 BSN 서비스를 사용해도 퍼블릭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 BSN은 포크된 허가형 버전이라는 점이 다르다.

 

허가형 블록체인

블록체인이 이더리움 등과 같이 스마트계약을 허용하면, 이용자들이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는 내용을 네트워크에 올릴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중국의 기업용 블록체인 시스템은 당국의 통제를 받는다. 소위 공개 허가형(Open Permissioned) 서비스다.

중국 내 개발자들을 위해 허가형과 비허가형 접근방식의 중간 지점으로 생겨난 이 서비스는 현재 코스모스의 허가형 포크 버전인 아이리스넷, 피아스코, 프리 TON(Free TON)을 포함한다. 프리 TON은 텔레그램이 TON 프로젝트를 위해 작성한 코드를 사용해 개발된 지분증명 블록체인이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규제 다툼으로 출시되지 못했다.

레드데이트는 러시아의 블록체인 웨이브스(Waves)도 추가할 계획이다. 웨이브스는 러시아의 몇몇 정부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블록체인의 기업용 버전이다.

또한 이더리움의 허가형 버전도 추가될 예정이다. 허의 말에 따르면, “홍콩에서 잘 알려진 벤처캐피털과 개발사”의 합작 회사가 현재 이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허는 구체적인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BSN에 맞추어 포크된 블록체인들은 레드데이트가 규제 당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내용이 담긴 스마트계약을 검열하거나 전체 블록체인을 삭제할 수 있도록 해준다.

“뭔가를 잘못하면, 규제 당국에서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우리가 클릭 한 번으로 체인 전체를 삭제할 수 있다.” – 허이판, 레드데이트 CEO

모든 사용자는 고객신원확인(KYC)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BSN 운영자가 이들의 신원을 항상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뭔가를 잘못하면, 우리는 잘못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 허이판

출처=Gerd Altmann/Pixabay
출처=Gerd Altmann/Pixabay

암호화폐는 사용 불가

내수용 국가 블록체인 서비스의 또 다른 특징은 암호화폐로 운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사용자들이 거래 수수료를 낼 때 블록체인 토큰이 아니라 법정화폐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수료를 내기 위해서는 (지정된) 포털로 가서 월릿을 입력하고 충전을 위해 진짜 돈을 사용해야 한다. 중국 내에서는 위챗, 알리페이, 유니언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 퍼블릭 체인 인프라와 전통적인 결제 시스템을 연결하는 셈이다.” – 허이판

프리 TON 통합 작업에 참여한 TON 랩스의 최고 전략책임자 파벨 프리고로프코는 거래 수수료는 BSN 운영자가 수금하며, 그중 일부를 파트너사에 보낸다고 말했다.

TON 랩스는 텔레그램이 TON 암호화폐를 개발하고 있을 때 텔레그램의 비공식 파트너였다. 텔레그램이 토큰의 법적 지위를 놓고 SEC와 공방을 벌이고 TON을 보류한 후에, TON 랩스는 여러 전문 검증인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출시했다.

TON 랩스는 프리 TON을 BSN에 통합하기 위해, 배포 전에 스마트계약의 예비 검토와 네트워크상의 스마트계약 활동을 감독하기 위한 툴을 만들어야 했다.

시스템이 중국 법을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서로에게 토큰을 보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BSN 운영자들이 법을 준수하지 않는 스마트계약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계약이 코드를 탑재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BSN이 키를 이용해 특정 활동을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TON 랩스의 공동 창립자인 알렉산더 필라토프는 제한이 많기는 하지만 중국은 기업용 블록체인 솔루션에서 큰 시장이고 프리 TON 기술이 중국을 통해 채택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 대국 중에서도 중국에서 블록체인 채택이 가장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 알렉산더 필라토프, TON 랩스 공동 창립자

컨센시스(ConsenSys)의 아태지역 상무이사 찰스 도시는 쿠오럼이 BSN에 맞춰 수정한 고쿠오럼(GoQuorum)에 수수료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고쿠오럼은 권한 증명 합의(Proof of Authority consensus)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도시는 또한 이미 기술이 필요한 기능을 다 갖추고 있기 때문에 컨센시스가 BSN의 통제를 위해 추가적인 툴을 개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고쿠오럼 스택의 성숙도가 기업들이 사업과 현지 요건에 맞추어 세세한 설정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 찰스 도시, 컨센시스 아태지역 상무이사

도시는 블록체인 기술에 관한 중국의 높은 관심을 높이 평가했다.

“중국 개발자들은 매우 적극적이며 컨센시스로부터 많은 내용을 배우고 있다. 컨센시스 아태 팀에서는 바쁘게 기술을 현지화하고 있다.” – 찰스 도시

영어기사: 임준혁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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