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프리미엄' 코인 재정거래 총정리
40분만에 수익 11%… '블록 생성시간' 짧은 코인 활용
국내 거주자는 거의 불가능… 해외 거주자도 외환거래법 유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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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1년 4월17일 21:54

지난 5일 오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전자지갑으로 김유진씨(가명)가 외국 거래소에서 보낸 리플(XRP) 수천개가 도착했다. 호가창이 몇 번 바쁘게 움직이더니, 매도 주문으로 넘겨진 리플을 삼켰다. 

김씨가 외국 거래소에서 산 리플 코인들을 한국 거래소에서 원화로 다시 바꾸는데 걸린 시간은 약 40분 정도. 그 사이 글로벌 리플 가격은 0.693달러에서 0.685달러로 1.3% 가량 떨어졌지만 김씨는 이 거래로 수수료를 제외하고도 약 11% 정도의 차익을 올렸다. 

한국 거래소의 리플 가격에 '김치 프리미엄'이 끼어, 구매처의 리플 가격보다 12% 정도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김씨가 한 일이라고는 싼 곳에서 암호화폐를 구입해, 비싼 곳으로 전송한 것뿐이다.

2020년 12월 비트코인 가격(검은색)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김치 프리미엄(빨간색)도 올라 2021년 4월16일 15%에 머물렀다. 출처=크립토퀀트 BTC: 한국 프리미엄 인덱스
2020년 12월 비트코인 가격(검은색)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김치 프리미엄(빨간색)도 올라 2021년 4월16일 15%에 머물렀다. 출처=크립토퀀트 BTC: 한국 프리미엄 인덱스

 

'김치 프리미엄' 급등하며 재정거래 활발해져

이런 거래를 '재정거래(arbitrage)'라고 부른다. 재정거래란 시장 간 가격차이를 이용해 이익을 올리는 거래형태다. 최근 김치 프리미엄이 높아지면서,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재정거래 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이란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원화로 암호화폐를 살 때와, 외국 거래소에서 달러화 혹은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으로 암호화폐를 살 때의 가격 차이를 말한다. 둘을 비교했을 때 국내 가격이 비싸면 '김치 프리미엄', 국내 가격이 낮으면 '김치 디스카운트(역프리미엄)'라고 부르며, 주로 비트코인 가격이 기준이 된다.

지난 3월 말까지만 해도 김치 프리미엄은 4~5% 선을 오갔다. 그러나 국내 매수세가 거세진 4월 들어서부터는 프리미엄 수치가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 7일에는 2018년 이후 최고 수치인 22% 선을 기록했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글로벌 가격보다 22% 비쌌다는 얘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통상 5%가 넘는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하면 그 격차를 이용한 재정거래가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경력이 오래된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아예 국내외 거래소에 적절히 자산을 분배해놓고 있다가, 상대적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싼 곳이 생기면 재정거래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암호화폐 투자자는 "특히 한국은 이런 프리미엄 변동 폭이 큰 국가이기 때문에 프리미엄과 역프리미엄을 적절히 활용하면 위험 부담 없이 적지 않은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X), 스테이블 코인(X), 외국 거주자(O)

재정거래를 하려면 우선 암호화폐를 가격이 낮은 곳(외국 거래소)에서 사야 한다. 외국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매수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①해당 국가의 법정화폐로 구입하거나, ②테더(USDT)나 유에스디씨(USDC) 같은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해 매수하거나, ③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이다.

우선 신용카드 결제부터 살펴보자. 한국에서 외국 직구를 하는 것처럼 외국 거래소의 암호화폐도 살 수 있지 않을까. 바이낸스(Binance), 오케이엑스(OKEX) 등 여러 글로벌 거래소들은 3~5% 정도 추가 수수료를 받고 신용카드로 암호화폐를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한국인은 대부분 불가능하다. 국가 제한이 걸려있어 한국에서 발급한 신용카드는 최종 결제 단계에서 거부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오케이엑스(OKEx)의 스테이블코인 매수 화면. 비자(VISA)등 신용카드로 암호화폐를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카드로는 구매할 수 없다.
암호화폐 거래소 오케이엑스(OKEx)의 스테이블코인 매수 화면. 비자(VISA)등 신용카드로 암호화폐를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카드로는 구매할 수 없다.

두번째로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매수를 알아보자. 스테이블 코인이란 '1개당 1달러' 식으로 고정된 법정통화 가치를 추종하는 설정의 암호화폐를 말한다. 국내에서도 스테이블 코인을 살 수 있지만, 이미 김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가령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간편구매' 서비스를 통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인 USDT를 판매하는데, 지난 14일 기준 개당 1261원의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같은 시각 원-달러 환율은 1116원이다. 13%의 김치 프리미엄을 적용해 판매하는 셈이다.  

14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스테이블 코인 판매 화면. USDT 코인에 13% 가량의 김치 프리미엄을 적용해 개당 1261원에 판매하고 있다. 출처=코인원
14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스테이블 코인 판매 화면. USDT 코인에 13% 가량의 김치 프리미엄을 적용해 개당 1261원에 판매하고 있다. 출처=코인원

결국 외국 암호화폐 거래소에 미리 자산을 분산해놓지 않은 국내 거주자가 재정거래를 하는 건 쉽지 않다. 외국 거래소에서 싼 가격에 암호화폐를 사는 것부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에 체류하는 한국인은 몇 가지 점만 주의하면 재정거래가 가능하다. 본인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암호화폐를 산 후, 한국 거래소로 전송해 원화로 바꾸면 된다. 

블록생성 시간 짧은 '리플'이 유리…국가별 '프리미엄' 감안해야

재정거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거래의 시기와 전송 수단이다. 우선 재정거래 자체가 단순 시장 간 가격 차이에서 이익을 얻는 방식이기 때문에,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은 시기를 고르는 게 좋다.

그 다음은 전송 수단이다. 통상 암호화폐 재정거래를 할 때는 블록 생성 시간이 짧은 암호화폐를 활용한다. 매수 거래소에서 매도 거래소까지 코인이 전송되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그 사이 암호화폐 가격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비트코인처럼 블록생성 시간이 10분에 달하는 암호화폐는 지갑간 송금할 때 짧게는 50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 뒤에야 매도가 가능하다. 수신 거래소가 암호화폐를 전송받은 후, 자금세탁 여부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치는데, 블록생성 시간의 3~5배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앞 사례의 김유진씨가 전송 수단으로 선택한 코인은 리플(XRP)이다. 리플은 비교적 네트워크가 안정적이면서 블록생성 시간도 가장 짧은 편이다. 평상시라면 2~3분 정도면 코인이 옮겨지지만 네트워크에 거래량이 많으면 수십 분이 걸리기도 한다. 그는 "5일의 경우 외국 거래소에서 국내 거래소 지갑으로 옮겨져, 매도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까지 20분 정도가 걸렸다"고 설명했다.

몇몇 코인 가격비교 사이트가 제공하는 김치 프리미엄을 보고 재정거래를 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김씨는 "흔히 시중의 김치 프리미엄 수치는 글로벌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테더-비트코인 가격과 국내 거래소의 원화-비트코인 가격을 평균적으로 비교한 값인 경우가 많다"면서 "그보다는 본인이 직접 산 거래소 코인의 가격과, 판매할 거래소의 매도가를 비교해서 투자 전략을 짜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가령 지난 5일 오후 국내 거래소 업비트의 리플 김치 프리미엄은 약 15%였다. 같은 시기 일본 내 거래소들에서도 3~4% 가량의 프리미엄이 있었다. 즉, 바이낸스-업비트 재정거래를 하면 약 15% 이익을 얻지만, 일본 거래소-업비트 재정거래는 최대 12% 이익만 올릴 수 있다.

출처=Clive Kim from Pexels
출처=Clive Kim from Pexels

'김치 프리미엄'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어

김치 프리미엄은 시장의 매수-매도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매도세가 매수세보다 강해질 경우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7일 국내 시장에서 일어난 가격 폭락이다.

이날 오후 3시 30분까지만 해도 업비트의 비트코인 프리미엄은 약 18.9%였는데, 대량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불과 40분 만에 9.4%대까지 프리미엄이 내려갔다. 비트코인 가격은 10% 가까이 폭락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 글로벌 가격은 약 1.5% 하락하는 데 그쳤다. 

거래소 차원의 입출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거래소가 특정 코인의 입출금을 정지하면 재정거래는 아예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업비트는 지난 8일 이오스(EOS), 지난 11일 스텔라루멘(XLM)의 입출금이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이 둘은 블록 생성시간이 짧아서 충분히 재정거래용 암호화폐로 활용될 수 있는 코인이다. 만약 외국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가 지난 11일에 업비트 거래소에서 이 암호화폐들로 재정거래를 시도했다면, 낭패를 겪을 수 있다. 

 

외환거래법 위반 주의해야

사실 가장 주의해야 하는 건 위법성 문제다. 법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국내법상 은행을 거치지 않고, 외국 돈을 환전하는 행위는 현행법 위반 위험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재정거래 과정에 거래자 본인 이외의 인물이 개입할 경우, 무등록 외국환 업무인 '환치기' 혐의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 권단 변호사(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는 "국내 거주자가 금전적 대가를 받고 외국 거주자의 암호화폐를 전송받아 국내에서 원화로 바꿔주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법 행위"라며 "금액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암호화폐 커뮤니티 등에서는 '재정거래를 하더라도 연간 미화 5만달러 이내로, 하루에 5000달러 미만의 금액만을 환전해서 송금할 경우에는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재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5000달러 미만의 외국 송금은 별다른 신고가 필요하지 않고 외국환은행의 확인도 필요하지 않지만, 그 이상의 자금을 송금할 때에는 외국환은행의 확인을 받아야 하고, 금액에 따라 신고가 필요할 수 있다”며, “5000달러라는 기준은 단순히 회당 송금 금액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 내 송금된 거래의 실질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부터 고의적으로 분할해서 송금한다면 그 액수를 합하여 외국환거래법령 저촉 여부를 따지기 때문에, 만약 한 번에 1만달러 이상의 재정거래를 해 놓고, 그 결과물을 5000달러 미만으로 여러 차례에 나눠서 외국으로 송금할 경우에는 현행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이 분야는 아직 법적 규제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회색지대라고 보면 된다"면서 "소액 거래의 경우 적발하기가 어렵지만, 적발될 경우에는 재정거래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서 과태료 처분 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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