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 대책과 투자자 사이에서…당정 '암호화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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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원 한겨레 기자
노지원 한겨레 기자 2021년 4월27일 08:56
빗썸 본사 사무실 로비에 설치된 암호화폐 시세 전광판.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빗썸 본사 사무실 로비에 설치된 암호화폐 시세 전광판.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암호화폐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투자 광풍에 따른 위험에 맞설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지만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미등록 암호화폐거래소 폐쇄’ 발언으로 투자자의 분노가 폭발하고 뚜렷한 대책을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26일 “가상화폐(암호화폐) 문제에 대해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자칫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된다. (그래서) 각 나라마다 이 문제를 가지고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 없다”며 거래소 폐쇄를 언급한 지난 22일 은 금융위원장 발언에 대해서는 “한번 정도 과열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 초기 가상화폐 문제 때문에 여러 어려움에 처한 적이 있어 쉽게 답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확답을 피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2018년 새해 회견에서 “가상통화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한다”고 발언해 암호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을 부른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 등은 입법 사안이지만 여당 안에서도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실패하고 그 결과로 젊은층이 주식에 이어 암호화폐 시장으로 몰려가는 상황에서 암호화폐를 ‘제도권 바깥의 투기상품’으로 손쉽게 규정했다가는 더 큰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암호화폐는 어느 나라도 상품으로 인정한 곳이 없다. 제도권 안에 넣을 수도, 안 넣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이미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가상화폐 자체를 부정하거나 죄악시할 수는 없다”며 “메시지 관리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야당은 정부·여당의 혼돈을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26일 “암호화폐 문제를 두고 정부·여당이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거래소를 폐지하겠다는 엄포만 놓을 것이 아니라 제도화할 것인지, 투자자 보호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암호화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투자자 보호 방안을 논의하겠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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