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암호화폐 거래소 계약해지는 부당" 법원 첫 판결
"금융위 가이드라인은 법률 아닌 행정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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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2020년 1월29일 16:42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계약해지 조치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은 행정지도일뿐, 법률이 아니라는 판결이다.

코인데스크코리아가 29일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6민사부(재판장 신상렬)는 지난 22일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이즈를 운영하는 웨이브스트링이 농협은행을 상대로 낸 권리 부존재 확인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이번 소송은 2018년 8월 농협이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가 없다며  코인이즈에 입금정지 예정통보를 하면서 시작됐다. 입금정지가 되면 거래소는 투자금을 받을 수 없어 운영을 사실상 접어야 한다. 코인이즈는 당시 입금정지조치금지에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코인이즈는 지금도 농협은행의 계좌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코인이즈는 본안 소송에서도 법원으로부터 은행의 입금정지 조처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은 셈이다.

법원은 "은행이 예금거래계약을 제한하려면 법률에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면서 농협은행이 따랐다고 주장하는 2018년 1월 금융위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법률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금융행정지도에 불과한 금융위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농협은행이 이 가이드라인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출처=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 캡처
출처=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 캡처

이번 판결은 2017년 말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자 금융위가 발표했던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의 성격을 다룬 것이어서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거래소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이용하지 않는 등 자금세탁 위험이 특별히 높다고 판단하는 경우 은행은 금융거래를 거절하거나 종료할 수 있다.

코인이즈의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비전의 김태림 변호사는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이를 따른 은행의 조치가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최초의 본안판결로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행정지도에 의한 소위 '그림자 규제'는 지양되어야 함을 (법원이)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이라며 "같은 이유로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위 선고결과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2017년 말 발표된 정부의 '가상통화 투기 대책'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이 청구돼 있다. 헌재는 지난 16일 공개변론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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