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사태, ‘블록체인 진흥’ 중국의 시험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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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Cooper
James Cooper 2020년 2월11일 08:00
코로나바이러스의 이름은 왕관이나 광륜을 의미하는 라틴어 코로나(Corona)에서 따왔다. 출처=에코헬스 얼라이언스
코로나바이러스의 이름은 왕관이나 광륜을 의미하는 라틴어 코로나(Corona)에서 따왔다. 출처=에코헬스 얼라이언스

미국산 아몬드의 씁쓸한 비린내는 호혜 무역을 거스르는 행보의 결말을 예견하는 듯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제 호두, 아몬드 같은 미국산 견과류는 대량으로 중국에 수출된다. 중국은 2천억 달러어치 미국산 제품을 수입하기로 약속했고, 그 가운데 400억 달러어치는 농산물이다. 견과류도 그중 하나다. 이것은 지난달 15일, 미국과 중국이 오랜 무역 분쟁을 끝내고 체결한 1단계 합의 내용의 일부다.

그래서인지 지난달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중국 국립 금융연구소 주민(朱民) 소장의 모습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1단계 합의가 궁극적으로 왜곡된 결과를 낳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현재 필요한 물량보다 더 많은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는 것에 동의하지만, 그렇게 되면 미국 외 국가로부터의 농산물 수입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조지아주에서 생산된 견과류 수입을 늘리려면, 대신 호주나 뉴질랜드, 브라질로부터의 수입량은 줄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또 1만 7천여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하 조치 및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에도 동의했다. 이로써 두 나라 간 무역 전쟁은, 최소한 올해 말로 예정된 2단계 합의 전까지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발발했다. 돌연 중국의 모든 수출입이 마비돼 버렸다. 마치 관세나 보복 관세의 단계적 철폐를 명시한 1단계 무역 합의 내용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는 이제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주민 소장이 다보스포럼에서 연설하던 날, 중국 시진핑 주석은 신종 코로나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후베이성의 성도인 우한시 일대를 봉쇄해버렸다.

무역 분야만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위기 상황은 이제 막 타오르기 시작한 블록체인 산업의 불길마저 꺼트리고 있다. 앞서 중국 선전과 쑤저우 지역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적으로 운영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10월 24일에는 시진핑 주석이 국가 차원의 블록체인 전략을 직접 발표하며 이정표를 제시했다. 전략의 키워드는 ‘상호운용성’으로 보험과 건강, 금융, 에너지, 제품 구매를 하나의 블록체인으로 연결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소비재와 공공재의 유통을 좀 더 효과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블록체인 산업도 중국 국내에서 소비가 원활하게 이루어져 기업과 공장이 수익을 창출할 때 발전할 수 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 전체가 봉쇄되고 시민들의 외부 출입 자체가 통제된 상황에서는 제아무리 최신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위안화라도 온전한 시범 유통을 기대할 수 없다.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는 2만8천 명을 넘어선 가운데 확산 기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글이 한국어로 번역돼 출판된 11일 오전 시점에는 중국 내 확진자 수가 4만2378명이다. 편집자 주)

중국 정부가 춘절 연휴를 1주일 연장하면서 공장과 사무실, 학교 등이 일제히 연장 휴가, 휴교에 들어가면서, 경제적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도 불가피하게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애플은 중국 내 모든 대리점의 춘절 연휴를 1주일 연장하고 사무실 운영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그 외에 리바이스,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주요 미국 브랜드도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매장 휴무를 연장했다.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도 대부분 운항이 중단됐다. 미국에서는 중국 여행 후 귀국하는 이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바이러스 보균자일 가능성에 대한 의심 탓이다. 이에 미국 정부는 중국발 항공편으로 입국하는 자국민들에 대해 철저한 검역 절차를 거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국경 제한 및 항공편 운항 취소 등은 지나치게 과도한 조처라며 트럼프 정부를 비난했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중국발 바이러스의 파급 효과는 전 세계로 이어진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전 세계 GDP의 20%를 차지하고, 전 세계 경제 성장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미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여전히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는 경제 성장을 더욱 저해할 것으로 보인다. 18년 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ARS)가 유행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중국 경제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작았고, 지금처럼 전 세계 공급망을 통제하는 수준도 아니었다.

신종 코로나발 위기는 사망자 수나 경제적 측면 모두에서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5G, 로봇 공학, 반도체칩 등 수많은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중국의 비전도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부정적 영향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은 각종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함으로써 관계를 개선하고 의약품도 한층 원활하게 분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가 끔찍한 건 사실이지만, 서로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낸다면 모두가 승자가 될 수도 있다.

## 이 칼럼을 쓴 제임스 쿠퍼는 캘리포니아 웨스턴 법과대학의 교수로 재직중이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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