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준 기회…블록체인이 기후변화에 기여할 방법은?
블록체인 기술로 지속가능한 소비패턴 만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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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 Allison
Ian Allison 2020년 4월19일 17:00
텅 빈 거리. 코로나19로 각국이 이동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감소했지만,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정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출처= 셔터스톡
텅 빈 거리. 코로나19로 각국이 이동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감소했지만,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정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출처= 셔터스톡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내려진 이동제한 조치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20~40%가량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16년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각국 정부가  지켜야 할 탄소 감축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르면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들은 탄소 배출을 90%까지 반드시 줄여야 한다.

각국 정부가 2050년까지 자국의 높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모든 것을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정설이다. 하지만 다소 과대 포장된 이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데이터베이스’가 정확히 어떻게 탄소 배출 감축에 기여할 수 있을까?

국제 신뢰 블록체인 응용프로그램 협회(INATBA)의 톰 보먼 기후행동(Climate Action) 그룹 공동의장은 모든 의사결정 단계가 탈중앙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INATBA는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영국 런던대학교(UCL)와 함께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만큼 급박한 문제는 아니지만, 기후변화 역시 많은 사람이 일상적인 습관을 급진적으로 바꿔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하이퍼레저(Hyperledger) 기후실무그룹 공동의장을 맡고 있기도 한 보먼은 “원치 않았지만, 우리 삶에 찾아온 변화를 우리는 이미 감지하고 있다. 파리협정의 목표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앞으로 많은 사회적, 문화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먼은 사회 안에서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는 것을 블록체인의 ‘비기술적 측면’이라 부른다. 그는 개인들이 자신의 월릿을 가지고 프로그램화가 가능한 돈을 이용해 투표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급진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다며, 이때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기후행동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동화

앞으로 암호화폐와 디지털 토큰은 공동의 자원에 대한 내부 거버넌스를 자동화하고 지역사회 간 협력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이 말을 기후행동과 관련지어 바꿔보면 “탄소중립(Net-zero, 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유지하는 상황) 또는 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생활 양식과 부합하도록, 단순히 지속가능한 생산만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소비 패턴을 이끌기 위해 어떻게 하면 디지털화폐 안에 금융과 비금융적 가치를 함께 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이 되고, 보먼은 개인들이 더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데 그 해답이 있다고 주장한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부족한 디지털화폐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미시경제 시스템에 맞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 지역사회에 이로운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태양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토큰을 지급해 나중에 친환경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 교통비로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식이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국가 전력망과 같은 주요 인프라 시설의 대부분을 탈중앙화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INATBA의 에너지 실무그룹 공동의장인 아이린 아담스키는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조금씩 혁신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모든 걸 한꺼번에 바꾸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블록체인 관련 자문위원이기도 한 아담스키는 “오늘날 점진적인 변화와 실험, 그리고 샌드박스를 통해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에너지 비용을 사회화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실수가 용납될 여지가 없다는 것이 문제인데, 탈중앙화된 자동화 방식으로 인공지능과 같은 정확한 연산 기술을 활용한다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으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가 그런 혁신적이고 야심 찬 프로젝트들을 실험해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독일의 경우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관료주의 장벽이 이미 상당 부분 허물어졌다.” -아이린 아담스키

 

작은 것이 아름답다

기후변화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 글로벌 공급망의 규모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너무 커지고 복잡해졌다.

아담스키는 소비자가 행동을 바꾸면 글로벌 공급망의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하며, 가격 정책이 가장 쉬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정확도와 안전성이 높은 가격 체계와 탄소 배출 추적시스템을 만든다면 사람들의 소비패턴을 바꿀 수 있다. 수입산 과일이나 육류는 훨씬 더 비싸질 것이며, 비행기보다 기차로 여행하는 게 더 비싼 유럽의 왜곡된 시장 상황도 이런 시스템을 통해 바꿀 수 있다.” -아이린 아담스키

이는 자본주의 기저에 깔린 끝없는 성장과 소비라는 지표를 다시 사고하고 측정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철학가이자 경제학자이며 친환경 운동의 시조로 불리는 E.F. 슈마허가 했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주장이 최근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다.

보먼은 인류가 지난 한 세기 지구의 능력을 넘어서는 소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천연자원을 개발해 왔고, 이제는 자본주의의 정반대 개념인 ‘탈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비행기가 다니지 말아야 한다든가 경제활동을 하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빌딩이나 대중교통을 운영하려는 움직임이야 당연히 있겠지만, 1년에 여행을 10번이나 가는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활동의 수준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생활양식을 유지하려면 막대한 대가가 따른다.”

슈마허가 1960년대 말 설립한 자선단체 프랙티컬 액션(Practical Action)의 대외협력사업 담당자 앤드루 히스는 “개발도상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올 재앙은 글로벌 경제 체제가 얼마나 지속가능성을 잃었는지 여실히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선진국에서 내린 이동제한 조치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하루하루를 근근이 먹고사는 빈곤층과 수확을 위해 씨앗을 구해야만 하는 소규모 농장주들의 삶은 어떻게 되었냐고 반문했다.

“우유를 시장에 내다 팔지 못해 힘들게 생산한 우유를 모두 갖다버리고, 닭 모이를 구하지 못해 키우던 닭들을 도축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개도국에선 공급망이 완전히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 지역 공급망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탄소 제로를 향한 세계대전

글로벌 경제 체제를 재편하고 탈중앙화하는 것 외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해 지구촌 공동의 탄소 예산을 관리할 수도 있다. 보먼은 과학적 진실을 토대로 천연자원을 관리할 수 있다면서, “사람들은 지속가능하다는 주장을 믿지 않는다. 블록체인이 투명하게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책임 있는 관리를 보여준다면 대중의 신뢰도는 올라갈 것이고, 더 많은 사람이 블록체인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먼은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물질수지(mass balance)로서 탄소 예산을 토큰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 인구수를 80억명으로 계산할 때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탄소를 4천억톤으로 제한하면 1인당 50톤이 된다.

문제는 전 세계 인구 중 기후변화 문제를 야기한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예산을 어떻게 분배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엄청난 문화적 사고변화라 할 수 있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마치 개종을 하는 것과 같은 단호한 의지가 필요하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환경 메시지가 나온 1960~70년대로 되돌아가야 한다.” - 톰 보먼

기후행동을 논할 때 아담스키는 ‘World War Zero’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 인류가 살기 좋은 지구를 만들려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버금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지금 우리 앞에 주어진 과제를 인류가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이린 아담스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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