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코인 현상과 암호화폐 규제의 미래
열정으로 움직이는 개인, 그리고 이들을 뒷받침하는 기관투자자 세력의 등장.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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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elle Acheson
Noelle Acheson 2021년 2월17일 18:17
다스 도지. 출처=레딧
다스 도지. 출처=레딧

도지코인(DOGE, Dogecoin)은 시가총액이 (기사 송고 시점) 67억3000만달러(비트코인의 100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준) 정도밖에 되지 않는, ‘투자 등급’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자산이다. 실사용 사례도 없고, 활발한 파생상품 시장도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 칼럼에서 도지코인을 다루는 것이 다소 의아하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도지코인 현상을 이야기하려는 이유는, 암호화폐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결정짓는 두 가지 주제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펀더멘탈’의 역할에 관한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정부가 암호화폐를 효과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열정의 힘

도지코인 시세는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1350%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주 미국 유명 래퍼 스눕독은 자신의 이름과 도지코인을 결합해 ‘스눕 도지(Snoop Doge)’라는 신조어를 만들었고, 록그룹 키스(Kiss)의 리더 진 시몬스는 자신이 ‘도지코인의 신(God of Dogecoin)’이라는 내용의 밈을 트위터에 올렸다. 조나스 브라더스(Jonas Brothers)의 케빈 조나스도 가세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따라 도지코인 관련 밈을 올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제 그 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사람들은 점점 재미를 느끼고 있고, 재미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도지코인 밈을 전파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재미’가 자산의 가치를 부추기는 실질적인 요소가 될 수 있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게임스톱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가치’라는 개념에 대한 시장의 이해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사상 최고로 높은 시기에도 주식시장은 무섭게 상승하고 있고, 당일매매 투자자들이 미디어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최근의 현상을 보면, 강력한 메시지가 여기저기서 빠른 속도로 쏟아져 나오는 지금의 세상에서는 메시지가 자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맷 리바인의 설명은 완벽에 가깝다.

“돈과 가치는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은 사회활동을 조율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우리가 무엇을 돈으로 쓰는지 결정된다. 정부가 전적으로 사회활동을 조율했던 시절에는 법정화폐를 써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트위터, 레딧, 일론 머스크 등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도지코인도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

도지코인 현상은 어쩌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지는 현상일 수 있다. 도지코인에 몰렸던 관심이 내일이면 다른 곳으로 완전히 이동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도지코인의 공동개발자인 빌리 마커스는 이번 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도지코인을 출시한지 7년이 지난 지금 도지코인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 대해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빌리 마커스와 도지코인을 함께 개발한 잭슨 파머는 지난해 “사람들이 도지코인에 이만큼 열정을 보이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도지코인의 가격을 결정짓는 것은 이 두 명의 개발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도지코인은 그 누구도 통제하지 않는 탈중앙화 방식의 퍼블릭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사람들의 관심이 또 다른 반짝거리는 것으로 옮겨 가면 도지코인의 가치도 그만큼 퇴색되겠지만, 도지코인이 주는 즐거움을 쫓는 팬들이 남아있는 한, 그 가치는 유지될 것이다.

 

파도에 맞서다

그럼 이제 인도나이지리아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뜬금없다고 느껴지는가?). 이번 주 두 나라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퍼블릭 블록체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지난달 코인데스크는 인도 의회가 암호화폐를 금지하는 정부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인도는 비트코인을 원한다’는 내용의 #IndiaWantsBitcoin 해시태그를 만들어 전파했고, 인도인들은 그들을 대표하는 의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보다 진보적인 입법을 요구했다.

활발히 작동하고 있는 인도의 암호화폐 생태계가 입게 될 막대한 피해는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로 제시된 여러 가지 근거 중 하나다. 현재 인도의 암호화폐 사용자는 1천~2천만명으로 추산되며, 340개의 암호화폐 스타트업이 5만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법안의 전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발행하는 디지털 루피에 대한 경쟁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부디 인도 정부가 나이지리아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길 바란다.


지난주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은 암호화폐 이용자들이 보유하는 은행 계좌를 모두 폐쇄할 것을 명령했다. 반발이 일자 중앙은행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조치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개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이 대중의 반발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나이지리아인들은 나이지리아 경찰 대강도특수부대(SARS)의 잔혹행위에 반발해 부대 해체를 요구하는 #EndSARS 운동에 나섰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고, 국제사회가 온라인으로 이들을 지원하면서 SARS는 결국 해체됐다.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시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은 시위에 가담한 사람들의 계좌를 동결했는데, 이번 주 나이지리아의 한 법원은 이 중 20명의 계좌를 풀어주라고 명령했다. 정부가 개인 계좌를 동결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나이지리아 청년들 사이에서는 몰수가 불가능한 암호화폐의 인기가 빠르게 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또 아프리카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도시인 라고스에서는 테크 업계가 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편 나이지리아의 물가상승률은 12%가 넘고, 실업률도 30%에 가깝다. 청년층이 전체 노동인구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암호자산 거래를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가 이번 주 공개한 세계 소비자 조사 (Global Consumer Survey) 결과에 따르면,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나이지리아인은 전체 나이지리아인 중 3분의 1를 차지했다. 전체 조사 대상국 중 나이지리아의 암호화폐 투자율이 가장 높았다.

나이지리아에서 경찰 대강도특수부대(SARS)를 해체하라는 시위가 벌어졌다. 출처=Tobi Oshinnaike/Unsplash
나이지리아에서 경찰 대강도특수부대(SARS)를 해체하라는 시위. 출처=Tobi Oshinnaike/Unsplash

나이지리아 청년들은 젊고, 기술에 능통하며,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무기를 갖고 있고, 기관과 제도에 대한 깊은 불신을 품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의 조치에 반발하는 세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벌어졌던 일들이 재현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아울러 이들은 포기를 모른다.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방침으로 현지 결제 업체들이 바이낸스(Binance) 등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거래를 거부하고 있긴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가 P2P 채널로 이동하고 있는 정황들이 확인되고 있다.

제 목적을 이미 달성한 #EndSARS 운동도 사실상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는 보다 넓은 차원에서 정부가 국민을 탄압하는 행위에 대항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의 암호화폐 제재에 맞서는 #WeWantOurCryptoBack 세력과 손잡고 나이지리아의 급진적인 변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상원은 중앙은행 총재와 증권 부문 총괄이사를 불러 암호화폐 이용자의 계좌 폐쇄 조치에 대해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한 상원의원은 이번 조치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트코인 이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국가들은 이번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새로운 규제를 도입했을 때 암호화폐 거래가 어려워지고 투자자 심리가 위축되는 효과는 있지만, 완전히 없어지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을 것이다. 도지코인 개발자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이용자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울러 암호화폐의 사용을 억압하려는 시도만으로도 젊은 세대가 느끼는 암호화폐의 중요성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지원 부대

그렇다면 이를 암호화폐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과 연관 지어보겠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리스크는 과도한 규제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힘이 강해질수록 이를 위협으로 느끼는 정부가 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한다. 아울러 이란, 북한,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비트코인 채굴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국가안보에도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과 일부 서양 국가의 규제 당국은 인도와 나이지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예의주시하면서, 암호화폐의 사용을 강제로 금지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한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이 예전과 다른 점은, 일반 대중이 대규모 시위에 나서거나 규제의 틀에서 벗어난 P2P 플랫폼 사용이 늘어나는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관투자자들이 개입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만 보더라도 이번 주 세계에서 가장 큰 수탁은행인 BNY 멜런은 올해 안에 디지털 수탁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씨티은행 등도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대형 결제 업체도 나서고 있다. 이번 주 마스터카드는 가맹점에서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에는 비자가 암호화폐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페이팔은 일부 고객에만 제공했던 암호화폐 매매 서비스를 전 고객에 확대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더 많은 기관이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조용히 암호화폐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암호화폐가 제도권 금융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상당하다. 증시에 상장된 금융상품부터 데이터 사업까지, 제도권 금융과 암호화폐 시장이 밀접히 연관돼 상호작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호응도 상당하다. 지난해 여름 공개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 중 약 15%가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대다수가 2020년 상반기에 처음으로 암호화폐 투자에 나셨다고 한다. 어느 정도 오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추세를 보았을 때 현재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인의 비중은 월등히 높을 것이다.


대중의 신뢰를 되찾고 싶은 정부가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까지도 억압할 만큼 대범할 수 있을까?


도지코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암호화폐를 다루는 사람들은 목소리를 낼 줄 알고 열정적이다. 단지 밈이 좋아서, 또는 금전적인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 때문만은 아니다. 혁신과 선택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갈등이 이따금씩 넘쳐흐르며 천천히 끓어오르는 지금, 개인들은 암호화폐와 암호화폐가 대변하는 가치에 열광하고 있고, 기관투자자도 세력을 키워가며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의 응용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불만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증폭될 가능성이 있는 조치에 대해서는 어느 정부나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 업계는 함께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시장은 변하고 있다. 미래를 이끌 개발도상국의 청년들을 향해 응원이 쏟아지고 있고, 미국의 신임 대통령은 암호화폐에 대한 지식이 있는 인물들을 규제 관련 자리에 지명하고 있다. 그리고 주요 선진국에서 과도하고 억압적인 규제가 시행될 가능성은 그만큼 멀어지고 있다.

번역: 정효원/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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