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되는 김치 프리미엄, 입금 규제가 정답일까
미니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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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1년 4월16일 18:48

지난 4월 7일 오후 3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7870만원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갑자기 하락을 시작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4시 30분까지 하락을 거듭했다. 최대 낙폭은 -11%. 한때 개당 7040만원선까지 가격이 밀렸다. 21%를 상회하던 업비트의 '김치 프리미엄'도 단기 저점이었던 오후 4시 7분께에는 10%에 근접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같은 시간,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비트코인 가격은 1.5% 하락했다. 비트코인의 글로벌 시세는 큰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원화로 코인을 산 국내 투자자들만 큰 피해를 본 셈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4월 7일 비트코인 가격 및 거래량 추이. 출처=업비트 홈페이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4월 7일 비트코인 가격 및 거래량 추이. 출처=업비트 홈페이지

왜 떨어졌을까. 암호화폐 온체인 분석 기업인 크립토퀀트는 지난 7일 이번 폭락의 핵심 원인이 오후 4시께부터 30분동안 업비트 거래소에서 던져진 약 2000개의 비트코인 매도 물량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20% 넘게 김치 프리미엄이 쌓일 때까지 비트코인을 매도하지 않던 고래 투자자들이 이날 이 시점에 매도에 나섰냐는 점이다. 

하락 전후로 업비트 거래소를 둘러싼 환경을 입체적으로 살펴보면 주목할만한 흥미로운 지점을 하나 더 찾을 수 있다. 업비트는 이날 오후 2시 47분께부터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원화 입출금 중단은 1시간 여 뒤인 3시 53분에 재개됐다. 한 시간 정도 외부에서의 원화 입금이 막힌 상태였다는 얘기다.

이 기간 동안 글로벌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비트코인 가격은 0.07% 하락했다. 그러나 업비트 가격은 2.21% 하락했다. 김치 프리미엄은 21.7%에서 18.9%로 줄어들었다. 대규모 매도 물량이 터지기 전부터 김치 프리미엄은 빠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김치 프리미엄은 시장에서 암호화폐 매수를 원하는 이가 더 많을 때 발생하는 수급 불균형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원화 입금은 곧 잠재적인 암호화폐 매수 압력을 의미한다. 그런데 김치 프리미엄이 20%이 넘는 상황에서 갑자기 원화 입금이 중단되면 그만큼 매수 압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암호화폐 통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7일 오후 5시 기준 업비트의 일거래액은 25조원에 달했다. 이는 그날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거래액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몇 시간만 입금이 중단되어도 매수 압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중단됐던 입금이 재개된다고 해도 바로 매수 압력이 차오르지 않는다. 실제로 업비트 사례에서도 큰 하락 자체는 입금 조치가 재개된 후 시작됐다.

현재 국내 거래소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두 24시간 원화 입출금이 가능하다. 만약 원화 입금 가능 시간을 제한한다면, 일정한 매수압력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그때도 지금 같은 높은 수준의 김치 프리미엄이 유지될 수 있을까.  

4월 내내 유지되고 있는 높은 수준의 김치 프리미엄으로 거래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암호화폐 거래소 이외에는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는 모양새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것 같아도 프리미엄이 언제 꺼질지 모르니 쉽사리 매수에 나설 수 없어 발을 구른다.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중국과 일본 투자자들이 외환 송금을 이용해 대규모 재정거래를 시도하면서 은행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금융당국도 뒤늦게 분주히 움직이는 분위기다. 

정부는 자산거품(버블)에 민감하다. 지난 2017년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폭락을 불렀던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의 배경에도 '버블 붕괴에 따른 개인 피해'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김치 프리미엄이 어느 수준이 되었을 때 정부가 한국 암호화폐 시장에 개입할지 궁금하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그 전에 자체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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