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암호화폐 규제’ 보고서 발표
"암호화폐는 인류의 소통방식을 바꿀 기술"
"범죄, 테러에 사용되지 않게 국제공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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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hilesh De
Nikhilesh De 2020년 10월11일 07:00
출처=미국 법무부 유튜브 캡처
출처=미국 법무부 유튜브 캡처

미국 법무부는 암호화폐가 법 집행 기관에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는 내용의 '암호화폐 규제 보고서'를 지난 8일 공개했다.

법무부 사이버 디지털 테스크포스가 작성한 '암호화폐: 규제 이행 프레임워크(Cryptocurrency: An Enforcement Framework)'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암호화폐의 정의 뿐만 아니라 합법과 불법 사례를 포함해 활용 가능한 이용사례들을 개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합법 사례를 다룬 부분이 분량이 더 짧고, 회의적이긴 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암호화폐는 그동안 테러 지원과 불법 물품 구매, 협박, 갈취, 크립토재킹(cryptojacking), 자금세탁에 이용됐으며, 법무부는 최근 2년간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 무엇인지 연구해 왔다.

태스크포스를 이끈 수지트 라만은 텔레그램(Telegram)을 상대로 한 토큰 발행 중지 명령과 한국인 손정우가 운영한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경제제재 등 다양한 노력을 언급하면서 “이런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펴낸 건 법무부지만, 그 내용은 시민 규제기관 등 연방정부 차원의 노력을 망라하고 있다.

바 장관은 “암호화폐는 인류의 소통 방식과, 사회를 구성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안전하게 사용하고, 공공의 안전이나 국가 안보를 위협하지 않게 하는 것이 미국과 동맹국들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 출처=미국 법무부 제공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 출처=미국 법무부 제공

법무부의 이번 보고서는 총 3부분으로 나뉜다. 첫번째 부분에서는 암호화폐 업계의 개요와 암호화폐를 불법적으로 사용한 최근 사례들을 다뤘고, 두번째 부분에서는 암호화폐 업계를 관리·감독하는 법 규제기관들을, 마지막 부분에서는 현재 직면한 도전 과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논했다.

보고서는 코인 관련 허위정보를 유포해 가격을 폭등시킨 뒤 바로 팔아 치우는 ‘펌프 앤 덤프(pump-and-dump)’ 기법을 예로 들면서, 예전의 범죄 수법에 비해 규제 당국과 수사 기관이 암호화폐 관련 사기의 원리를 배우기가 더 어렵다고 경고했다.

또한, 수사기관은 커뮤니케이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암호화폐공개(ICO) 붐이 탈중앙화 금융시장을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설명하며 시장이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또 국경을 초월하는 블록체인의 특성 때문에 전 세계 어느 지역에 있든지 시장과 상호작용할 수 있어 복잡성이 증대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탈중앙화 플랫폼, 개인간(P2P) 거래소, 개방형이 아닌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익명성이 강화된 암호화폐로 인해 합법적인 조사 과정에서 금융거래 내역을 밝혀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 개요

보고서의 첫번째 부분에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분산원장에 대한 폭넓고 개괄적인 설명과 함께 이 기술들이 지난 수년간 어떻게 사용돼 왔는지를 다뤘다.

가치를 디지털로 나타낸 ‘가상화폐’와 ‘암호화폐’를 구분해, 암호화폐를 가상화폐의 하위 단위로서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탈중앙화된 화폐라고 설명했다.

또 주소, 지갑, 채굴기 등을 설명하며, 일부 거래들은 비공개이면서도 블록체인상에서 손쉽게 검색이 가능한 반면, 일부 암호화폐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조한다고 했다. (법무부에서는 이런 종류의 화폐들을 좋아하진 않는 듯하다)

두번째 부분 도입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다양한 범죄 행위에 암호화폐가 사용되거나 암호화폐 덕분에 이런 범죄 행위가 가능해질 때도 있다. 법무부는 수많은 사건을 다루며 동원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을 다 이용해 이런 행위들을 성공적으로 기소해 왔다.”

보고서는 또 지난 수년간 미국 정부가 취한 조치를 요약했는데, 법무부가 기소한 형사 사건뿐만 아니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제소한 민사 사건들도 집중 조명했다. 그중에는 텔레그램의 ICO를 둘러싸고 벌어진 텔레그램과 SEC의 소송도 있었다. SEC는 ICO를 통해 17억달러를 모은 텔레그램이 증권법을 위반했다며 토큰을 발행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법원은 SEC의 손을 들어줘 텔레그램은 투자자들의 돈을 전부 돌려줘야 했다.

암호화폐 업계를 감독하고 법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관으로는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국(FinCEN, 핀센), 해외자산통제국(OFAC), 통화감독청(OCC), SEC, CFTC, 국세청(IRS) 등이 있다. 정부 간 기구로, 국제 자금세탁 규정에 관한 기준을 제공하고 제안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도 보고서에 언급됐다.

미국 법무부는 2019년 10월 다크웹 최대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해당 사이트에 폐쇄 공지를 내걸었다. 출처=경찰청
미국 법무부는 2019년 10월 다크웹 최대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해당 사이트에 폐쇄 공지를 내걸었다. 출처=경찰청

 

법 집행

보고서 마지막 부분의 제목은 '계속되는 도전과 미래 전략'다. 다만 법무부는 미래 전략을 논하기에 앞서 일부 거래소와 기업들이 지역별 규체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를 노리고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국가, 지역으로 기업을 이전하거나 설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런 관행 때문에 가상자산과 관련된 범죄활동을 조사, 기소, 예방하려는 사법당국의 노력이 방해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자금세탁방지(AML)와 테러자금조달금지(CFT) 관련 기준을 언급하며, “미국은 2011년부터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화폐서비스사업자(MSB)들을 대상으로 AML/CFT 기준을 적용해 오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은행비밀법을 비롯한 법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채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사업체를 여러나라에 두고 운영하는 기업 때문에 더욱 심각해진다. 보고서는 같은 가상자산사업자가 미국 내에서 적용하는 기준이 다른 나라에서 적용하는 기준과 다를 수 있고, 암호화폐와 법정화폐를 거래할 때 적용하는 기준이, 암호화폐끼리 거래할 때 적용하는 기준과 다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행위들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은행비밀법 준수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로 인해 수사기관이 법을 집행하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금융정보에도 큰 공백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법무부는 프라이버시 코인, 믹서, 텀블러 등 거래내역을 숨기기 위한 툴을 우려했다.

믹싱이나 텀블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웹사이트는 송금서비스를 하는 것이며, 이 말은 곧 이 서비스들도 은행비밀법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은행비밀법이나 그와 유사한 국제 규정을 따르지 않는 웹사이트들은 형사 기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라도, 미국 국민이나 미국의 서비스와 사업이 관련돼 있다면 해당 기업이 법을 위반했을 시 그 기업을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이 미국 법무부에 있다고 밝혔다.

“미국 법을 위반한 가상자산사업자라면 그 기업이나 개인이 미국에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법무부가 그들을 기소할 수 있다. 금융 시스템이나 데이터 저장 시스템 등 미국 안에 있는 컴퓨터 시스템을 거쳐 가상자산이 거래될 경우, 일반적으로 해당 거래를 지시하거나 이행한 행위자를 기소할 권한이 법무부에 있다.”

법무부는 최근 세이셸에 설립된 파생상품 거래소 비트멕스(BitMEX)의 임원들을 은행비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며, 이전에는 1브로커(1broker) 같은 해외 기업도 기소했었다.

2019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총회가 열렸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국제 기준(여행규칙 등)을 만들었고, 이에 따라 회원국인 한국도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출처=FATF 트위터
2019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총회가 열렸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국제 기준(여행규칙 등)을 만들었고, 이에 따라 회원국인 한국도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출처=FATF 트위터

 

대응 전략

보고서는 결론 부분에서 암호화폐로 인해 생길 국가안보 측면의 우려를 강조했다. '깡패 국가'나 테러리스트들이 탈중앙화된 자산을 이용해 금융시장을 약화하고, 제재를 회피하며 미국에 해로운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의 사용이 진화하고 더 널리 퍼지면서 암호화폐 기술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해를 끼칠 기회 또한, 진화하고 확산할 것이다. 결국 암호화폐의 불법적인 사용은 공공의 안전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에도 위협이 된다.

(중략)

오늘날 테러리스트들이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게 이들의 암호화폐에 기반한 대규모 자금력의 단초가 돼 장차 테러 역량을 키우고 조직의 세를 넓히는 데 동원되는 자금을 차단하는 미국과 동맹국의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

앞으로 법무부가 어떤 노력을 할 지는 암호화폐 업계가 진화해 가는 만큼 규제 담당자와 정부 관계자들에게 업계 관련 지식을 가르칠 교육에 많은 부분이 달렸다.

보고서는 암호화폐 업계에 있는 개별 이해당사자들이 규제 담당자나 선출직 공무원들과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공조도 중요하다.

보고서는 “암호화폐가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이러한 리스크를 해결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며 끝을 맺었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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