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행 고팍스 대표 "암호화폐 예치 서비스 '고파이'에 380억원 모여"
2021년 신년 인터뷰⑤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
"비트코인 시총 1조달러 달성이 올해 관전 포인트"
"작년 가장 중요한 뉴스, 매스뮤추얼 비트코인 1억달러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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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김동환 기자 2021년 1월15일 05:00
이준행 고팍스 대표. 출처=고팍스 제공
이준행 고팍스 대표. 출처=고팍스 제공

코인데스크코리아는 2021년을 맞아 블록체인, 암호화폐 산업의 대표 기업들과 신년 인터뷰를 했다. 두나무(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플루토스디에스(한빗코), 그라운드X, 코다(KODA), KDAC.

모든 투자에는 투자자의 성격이 드러난다. 주식처럼 펀더멘털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한 암호화폐 투자의 경우는 더 그렇다. 어떤 사람은 가격이 오를 거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현금이 생길 때마다 비트코인을 사는 적립식 투자를 하고, 어떤 사람은 비트코인의 강한 변동성을 이용해 파생상품 투자를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의 이준행 대표는 매수 목표가와 매도 목표가를 정해두고 가격이 목표가에 다다르면 처분하는 스타일이다. 자신의 세계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이유가 생겼을 때 행동에 옮긴다. 이러다 보니 손 댄 암호화폐 리스트도 단출하다. 그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스텔라 이외의 암호화폐에는 투자해본 적이 없다.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는 이 대표와 닮았다. 이 거래소는 업계에서 상장 종목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관리하는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헤지(Hedge)토큰, 불(Bull), 베어(Bear) 등 암호화폐 현물의 ±2~3배 변동성을 추종하는 일종의 파생자산들을 거래소에 올려놨다. 바깥에서 보기에는 일견 이색적인 행보지만, 이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이유를 납득하게 된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고팍스 사무실에서 신년 인터뷰 취재차 이준행 대표를 만났다. 그는 암호화폐 투자자로서 "올해 비트코인이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할 것인지와 이더리움에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올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두 가지가 실현된다면 암호화폐 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계속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다. 

고팍스 거래소와 관련해서는 가상자산 사업자(VASP) 신고 수리와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GOFi)'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고팍스의 약점으로 평가받던 실명입출금계정(실명계정)을 확보해 고객 접근성을 높이고, 다른 거래소들은 제공하지 않는 효율성 높은 디지털 자산 상품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출시했던 연이율 7% 고정형 예치상품으로 출시했던 고파이 1차 모집에는 약 100억원, 최근 마감된 2차 모집에는 280억원의 암호화폐가 모였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비트코인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투자는 좀 하시는 편인가요.

"하긴 하는데 매일 뭔가를 사고파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주로 뭘 사야겠다 생각하면, 좀 깊게 본 다음에 매수가와 매도가를 설정해놓고 기계적으로 매수가가 오면 더 사고, 매수가가 오면 파는 방식을 씁니다.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만 부담하는 방식이죠.(웃음) 물론 목표가는 판단이 바뀌면 그에 따라서 바꾸는 것이고요. "

 

―어떤 코인들에 투자하는지 포트폴리오 비중이 궁금합니다. 

"비트코인이 90% 이상입니다. 사실 주식 같은 투자를 할 때도 한두 종목을 깊게 보고 돈을 넣는 스타일이에요. 지금껏 투자해본 것도 비트코인, 이더리움, 스텔라가 전부입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다음에 XRP(리플)이 아니고 스텔라가 나오는 게 독특하네요.

"스텔라는 플랫폼으로서 나쁘지 않아 보이는 지점이 있었어요. 리플과 스텔라는 비슷한데, 리플은 개인 회사고 스텔라는 재단이잖아요. 스텔라 쪽의 접근 방식이 좀 더 공공(public)적인 측면이 있겠다고 봤어요."

 

―오늘(11일) 비트코인 가격이 3만5000달러입니다. 사실 4만달러를 넘겼다가 약간 조정을 받긴 한 상태인데, 인터뷰 나갈 때는 얼마일지 모르겠군요. 아무튼 이 가격에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저는 비트코인 한 종목의 시가총액이 1조달러가 되면, 그 자체가 하나의 대형 종목이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비트코인의 성격은 '모험적 안전자산'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텐데, 여기서 '모험적'이 빠지고 그냥 안전자산이 되는 거죠. 아직은 안전자산은 아닌 것 같아요."

  
―왜 1조달러가 기준인지 궁금한데요. 

"1조달러란 기관투자자들이 들어오지 않으면 달성하기가 어려운 규모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자산이나 기업들이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를 통해 안정화됩니다."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요동치면서 미국의 기관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대거 들어왔습니다. 여기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음... 여러가지 특징들이 있을 테지만, 저는 기관투자자를 '손해를 볼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합니다. 개인들은 모험자산에 투자하든 안전자산에 투자하든 그 결과에 대해서 그냥 본인이 책임지면 되잖아요? 기관들은 그렇지 않아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잃지 않는 게 중요하고, 어떤 투자 결정을 할 때 그 결정에 대해 나중에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나중에 그 기관에 자산 운용을 맡긴 사람들에게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소명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 사람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섰다는 것은 의미심장하죠."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가 비트코인 이외의 암호화폐로도 확산할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이더리움까지 투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 그레이스케일 이더리움 투자신탁에 들어가는 돈은 단순 프리미엄을 취하기 위한 차원으로 생각합니다. 거버넌스 문제 등 여러가지를 감안했을 때 아마 당장은 못 넣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넣으면 대단한 일이 벌어지겠죠. 이 정도가 올해 제게는 시장을 보는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년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암호화폐 관련 뉴스는요?

"저는 미국의 대형 보험사인 매사추세츠 뮤추얼 생명보험(매스뮤추얼, MassMutual)이 비트코인에 1억달러어치를 투자한 건 정말 큰 뉴스라고 봤어요. 차라리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데, 보험사는 정말 돈 잃으면 절대 안 되는 기관투자자 중 하나잖아요. 그런데 이 뉴스가 반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의외였어요."

이준행 고팍스 대표. 출처=고팍스 제공
이준행 고팍스 대표. 출처=고팍스 제공

―비트코인 가격도 올랐고, 규제 부분도 상당히 정리되는 추세라 외국 크립토 업계는 상당히 들떠있는 모습입니다. 반면 한국 거래소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있죠.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수리를 못 받으면 내년부터는 거래소를 할 수 없게 되니까요. 

"실명계정 발급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게 가장 많은 불확실성과 두려움의 원인이죠. 이게 어떤 방식으로 발전될지에 대해서는 저희도 여러 곳들과 얘기하고 있긴 하지만 100%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약간 답답합니다. 그냥 저희는 원래 하던 대로 원칙에 맞게 교과서적으로 하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대형 거래소들 사이에서는, 신고수리 1호가 누가 되느냐 하는 신경전도 있는데요.

"저도 1호가 되고 싶군요.(웃음) 상당한 마케팅 효과가 있을 텐데. 하지만 저희처럼 실명계정부터 받아야 하는 거래소들은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신고수리를 받는 거래소가 되기는 어렵죠."

 

―은행이 어떤 거래소는 실명계좌를 내주고 어떤 거래소는 안 내주는 것과 관련해 공정거래 이슈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자금세탁방지(AML) 실적도 좋고, 해킹을 당한 적도 없고, 과태료 처분을 받은 적도 없어요. 상장 대금을 받거나 지배구조가 불명확하거나 한 것도 없고… 물론 은행 입장에서는 계좌를 내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부분이 애매하니까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원칙을 가지고 나서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에 내년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가 불허된다면 고팍스는 어떤 방향으로 생존을 모색할 예정인가요. 

"그 가능성은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다만 불허된다면 비지니스적으로는 해외로 사업을 하러 나가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거래소 인프라 만들어 놓은 것은 아깝지만 신고수리가 안 되면 그냥 기술 제공사, 서비스 제공사 정도 말고는 할 수가 없으니까요."

 

―2021년에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들이 주류 금융으로 편입되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파생상품들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떤 상품들이 주목을 끌 것으로 보시나요.

"요즘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암호화폐 관련 거래량이 올라간 걸 보면 해외 파생시장은 선물, 옵션 할 것 없이 상당히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비트코인으로 투자해서 비트코인을 받아 나가는 선물, 옵션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크라켄 같은 거래소에서 이런 상품이 나오면 잘 될 것 같아요."

 

―고팍스는 이 분야에서 어떤 사업 모델을 계획 중인가요. 

"한국에 있다 보니까 암호화폐 파생상품은 건드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아요. 여러가지 드는 생각들은 있는데 저희보다는 투자은행들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고팍스에 프로마켓에 상장되어 있는 헤지토큰이나 불, 베어 토큰들은 비트코인 등 메이저 암호화폐의 레버리지, 리버스를 3배까지 지원합니다. 이건 파생상품이 아닌가요. 투자자들이 고팍스만 이런 거 한다고 좋아하던데. 고팍스 내에서는 거래량도 상위에 있습니다.

"불, 베어 토큰 덕분에 저희 거래소가 차별화가 된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저희도 도입할 때 위법 여부를 민감하게 생각해서 법무법인 등에 미리 자문을 받았는데, 위법 소지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문제가 있는 파생상품이 되려면 이걸 파생결합증권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불, 베어 토큰의 기초자산은 암호화폐고, 암호화폐는 파생상품의 기초 자산이 될 수가 없다는 이유에요. 

종합적으로, 저희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각각의 불, 베어 토큰들은 미국의 암호화폐 투자기업인 알라메다리서치에서 만든 개별적인 암호화폐(코인)고, 종합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불베어 아마 증권으로 해석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해외 메이저 거래소에 이미 상장이 되어있는 코인이지 파생상품이 아닙니다."

 

―올해 신고수리가 잘 된다면, 또 어떤 사업에 집중할 생각인가요. 

"최근에 고파이라는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마케팅을 안 했는데 돈이 굉장히 잘 모이고 있습니다.(웃음) 1차는 100억원 어치가 모였고, 얼마 전에 마감한 2차 모집에는 280억원 어치가 모였어요.

기본적으로 예치라는 건 거래소를 믿어야 가능한 거잖아요. 그동안 저희가 생활했던 게 헛된 삶은 아니었구나 하는 기분좋음이 있었습니다. 이걸 좀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도 가상자산 분야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통 금융기업과 고팍스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이 있을까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대출이나 암호화폐 보관을 가장 잘 해줄 수 있는 곳이 은행이긴 합니다. 아마도 그 두가지보다 조금 더 부가가치가 높은, 자산관리나 자산운용 같은 분야는 저희가 더 잘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암호화폐 관련 기술이나 서비스 측면에서도 기존 블록체인 업계 기업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 거고요. 그런 측면에서 상생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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