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가격이 급등하면서, 2020년 기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보유한 비트코인, 이더리움(ETH) 등 암호화폐의 가치도 2019년보다 30배 상승했다.
이는 빗썸이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보유량을 줄였음에도 가격이 급등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빗썸은 대신 현금과 현금성 자산 보유량을 2019년 대비 3배 넘게 확대했다. 업계는 매각을 앞둔 빗썸이 시세가 오른 암호화폐를 현금화해 소위 '실탄'을 장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공개된 빗썸 운영사 빗썸코리아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암호화폐 평가이익은 338억9900만원으로, 2019년(10억5600만원)보다 약 30배 넘게 증가했다.
평가이익은 암호화폐 단위당 가격을 적용한 가상자산 공정가치 평가로 산정되며, 당기순이익에 반영된다. 암호화폐 단위당 가격은 기준연도 12월 31일 기준 빗썸 거래소에서 체결된 가격으로 책정된다.
2020년 비트코인 단위당 가격은 3159만6000원으로 전년(834만3000원)보다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더리움은 81만4500원으로, 전년(15만1700뭔)보다 5배 넘게 상승했다.
이처럼 주요 암호화폐의 단위당 가격이 급등하자, 빗썸코리아의 비트코인 보유량이 줄었음에도 평가이익이 확대된 것이다.
빗썸코리아의 2020년 비트코인 보유량은 332개로, 전년(856개)보다 절반이 넘게 줄었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비트코인 평가금액은 71억3914만원에서 82억7112만원으로 증가했다.
보유량 감소 폭이 가장 큰 암호화폐는 이더리움으로, 2019년 1만5216개에서 2020년 558개로 약 30분의 1 토막이 났다. 리플(XRP) 보유량도 211만개에서 71만개로 약 3분의 1로 줄었다.
또한, 빗썸코리아는 2020년 크립토닷컴(MCO) 14만6134개를 전부 처분했다. 크립토닷컴의 단위당 가격이 감사보고서에 나와 있지 않아 얼마에 처분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크립토닷컴의 2019년 평가금액은 6억7835만원이었다.
이외 더마이다스터치골드(TMTG), 기프토(GTO) 등도 2020년 자산 내역에서 사라졌다.
소위 '다크코인'으로 분류돼 국내 거래소들에서 퇴출당한 모네로(XMR), 제트캐시(ZEC), 대시(DASH) 등은 2020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자산 내역에 남아있다.
암호화폐 자문을 하는 한 세무사는 "국내 거래소가 상장 폐지한 암호화폐일지라도, 해외에서 거래되면 그 시가로 평가금액이 매겨진다"며 "다만, 전 세계에서 통용되지 않을 경우, 손실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트론(TRX) 보유량은 2019년 626만9610개에서 2020년 1억1579만개로 약 20배 가까이 확대됐다. 이외 이오스(EOS)와 퀀텀(QTUM), 아이콘(ICX) 등의 보유량도 증가했다. 이로써 2020년 주요 암호화폐 보유량은 감소했지만, 전체 암호화폐 보유량은 7억3519만개로 전년(7억1271만개)보다 소폭 증가했다.
빗썸코리아는 지난해 주요 암호화폐 보유량을 줄이는 대신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빗썸코리아의 2020년 현금성 자산(유가증권, 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약 8787억6331만원으로, 2019년(2510억9990만원) 대비 약 3.5배 증가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금성 자산을 현금으로 전환이 용이하고, 취득 당시 만기(또는 상환일)가 3개월 이내 도래하는 것으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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