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CBDC 올릴 최적의 플랫폼은 클레이튼"
2021년 신년 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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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기자
정인선 기자 2021년 1월11일 18:19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회사 그라운드X는 2019년 자체 개발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메인넷을 정식 출시한 데 이어, 2020년 웹브라우저용 디지털자산 지갑 카이카스와 카카오톡 기반 지갑 클립,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블록체인 카스(KAS) 등을 선보였다. 모두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클레이튼 생태계에 연착륙할 수 있게 지원하는 도구들이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코인데스크코리아가 매년 연말 진행하는 설문조사에서 2019년 블록체인 '올해의 인물' 3위에 선정된 데 이어 2020년 2위에 올랐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국내 블록체인 산업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로 꼽힌 것이다.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라운드X 사무실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와 만난 한 대표는 "가상자산(암호화폐) 외에도 디지털자산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야 데이터 중심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퍼블릭 블록체인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지난 한 해는 그라운드X와 클레이튼에게 어떤 한 해였나? 

"플랫폼과 디지털자산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고 자평한다.

2019년엔 클레이튼만 있고 주변 생태계는 미완성이었다. 2020년에 카이카스와 클립, 카스를 내면서 이제 클레이튼에 다른 사업과 서비스들이 올라올 만한 충분한 환경이 갖춰졌다고 본다. 그래서 올해는 그걸 발판으로 좀 치고 나가는 도약의 해가 될 거라고 본다.

돌아보니 주변에 퍼블릭 블록체인을 하는 팀은 이제 우리밖에 남지 않았다. 국내에선 거의 독보적인 퍼블릭 블록체인이 됐다. 그라운드X가 다른 길을 보지 않고 한 길을 걸은 덕에 그래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디지털자산과 관련한 이야기를 열심히 하고 다녔다. 초기부터 어떤 비앱(BApp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이 킬러 서비스가 될지 고민했지만, 아직 어떤 단일 서비스 아이템을 갖고 킬러를 찾기엔 이른 것 같다. 

지금도 금융이 블록체인에 가장 밀접하게 붙어 있는데, 우리는 디지털자산 그 자체가 블록체인의 킬러 서비스라고 본다. 그래서 플랫폼과 지갑 등을 모두 그에 맞게 개발하며 시장 주도자 역할을 하고자 했다."

 

―올해 주요 사업 전략은?

"무엇보다 클레이튼의 플랫폼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만 이를 위해 필요한 일을 그라운드X가 A부터 Z까지 직접 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외부 협력 파트너들이 각자 역할을 하고, 거기서 과실을 따갈 수 있도록 할 거다. 

우선 노드를 운영하는 거버넌스 카운슬(Governance Council) 참여 기업을 늘리려 한다. 32개 기업이 각자 노드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게 지난 1년 반동안 증명됐으니, 지금까진 (클레이튼 생태계 참여를) 주저했던 금융 등 다른 산업군의 기업들도 많이 데리고 오려 한다. 또 아시아 넘버 원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이 되기 위해 아시아에 기반을 둔 해외 기업도 다수 데려올 계획이다.

그리고 클레이튼 기반 커뮤니티 확대도 중요하다. 플랫폼 및 툴 개발, 커뮤니티 활성화 등에 기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클레이(KLAY) 토큰을 지급하는 키르(KIR, Klaytn Improvement Reserve) 등을 통해 자생적 커뮤니티 발전을 도우려 한다.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서비스 또한 더욱 활발히 출시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아직까진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서비스가 주로 국내에서 출시되고 있는데, 아시아 전역에서 각국 규제 환경에 맞는 디파이 서비스가 나올 수 있게 외부 협력 파트너들과 논의 중이다.

마지막으로 클레이튼 기반 서비스가 많이 올라올 수 있도록 클레이튼 그로스 펀드(Klaytn Growth Fund)를 조성해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당장 블록체인을 쓰지 않더라도 미래에 블록체인 혹은 디지털자산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모두 지원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그런 기업들을 계속 찾아다니며 논의를 하고 있는데 아마 올해는 결실을 보지 않을까 싶다." 

 

―디지털자산 시대가 올 거라고 했는데, 막상 클레이튼 기반 디지털자산의 뚜렷한 활용 사례가 눈에 띄진 않는다.

"지난해까진 클립 운영을 안정화하는 데 집중해 왔다. 올해부터는 신규 이용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새로운 기능도 선보일 계획이다."

 

―새로운 기능?

"아직까진 클립에 KLAY와 클레이튼 기반 KCT 토큰과 대체불가능토큰(NFT) 카드 두 종류의 디지털자산만 담을 수 있다. 여기에 한정하지 않고 다른 디지털자산도 클립에 담을 수 있도록 해, 궁극적으로 복수의 자산간 교환, 즉 통합 관리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려고 고민하고 있다."

 

―NFT 활용 범위 확장 계획은?

"아직까지는 클립에 담을 수 있는 NFT로 할 수 있는 게 소유 증명 정도에 그치는 게 사실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서 일반 대중들이 실제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형태를 고민하고 있다.

작년엔 실험적 성격이 강했다. 해 보니까 이걸 그냥 NFT로 찍어낸다고 해서 가치가 생기는 게 아니더라. NFT는 결국 포장지고, 그 안에 뭘 담느냐가 핵심이다. 

그렇다면 올해는 뭘 담을지의 범위를 넓혀 가야 할 때다. 지난해엔 게임 쪽에 포커스가 있었다면, 금융을 비롯한 다른 산업 분야로도 넓혀 가거나, 단일한 서비스가 아니고도 쓸 수 있는 구조의 NFT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이더리움에 보면 같은 종류의 NFT를 여러 개 발행할 수 있게 하는 ERC-1155 표준이 있다. 우리도 그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KIP-37 표준을 이용해 대체불가능토큰과 대체가능토큰의 성격을 모두 살려 서비스에 쓸 수 있게 할 거다. 그런 게 필요하다는 고객사들의 요청이 많았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긴 어렵지만, 쿠폰이나 포인트와 같이 대중이 이미 경험해 본 디지털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올해 상반기 파일럿을 진행할 계획이다."

 

―클립 안에서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서비스도 쓸 수 있게 되나?

"그건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디파이 관련 규제는 아직 특금법에도 정리가 안 돼 있다."

 

―특금법과 관련해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가상자산사업자(VASP) 범위에 그라운드X가 들어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우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은 필요하다고 보고 준비하고 있다. 

또 클립에 다른 가상자산을 담는 문제에 있어서는 하나하나 심도있게 들여다보며 고민하고 있다. 

이외에도 나중에 적절한 시점이 되면 언제든지 필요한 것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 둘 생각이다."

 

―특금법 시행 이후 국내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은 어떻게 바뀔 거라고 보나?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을 거다. 그런데 규제가 불확실한 환경은 사업하는 측면에서 늘 어렵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특금법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를 줄 거다. 

아무리 가상자산이 아직 제도권 바깥에 있다고 해도 돈에 관한 문제, 특히 고객의 자산에 관한 문제이므로 쉽게 봐선 안 된다. 특금법이 그에 대한 기본적인 가이드를 준 것 같다. 

그런 고민까지 할 수 있는 기업들은 계속 살아남을 거고, 쉽게 쉽게 가려는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거라고 본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올해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의 가장 큰 키워드는 무엇이 될까?

"디지털자산이다. 지난해에도 디지털자산을 이야기했는데, 아마 앞으로 몇 년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될 것 같다. 디지털자산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이유는 가상자산(암호화폐)가 이 시장의 문을 열긴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영역도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다.

최종적으로는 데이터가 중요한 시대가 올 텐데, 지금부터 다같이 준비해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블록체인이 가진 여러 요소 중 가상자산 이외의 것도 열어두고 볼 필요가 있다. NFT의 가능성이 올해 크게 터졌으면 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자산 토큰화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카사코리아와 세종텔레콤 등 부동산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다른 실물자산 기반 토큰들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 서비스 등을 통해 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나 정부 지원 연구·개발 사업들이 대부분 하이퍼레저나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프라이빗 플랫폼 위에서 돌아간다. 앞으로 클레이튼 기반 공공 서비스도 나올 수 있을까?

"이더리움이 어느 나라 거냐고 물으면 당연히 어느 나라 것도 아니다. 그런데 누가 주도하냐고 물으면 그에 대한 대답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또 나라별로 규제 환경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앞으로는 퍼블릭 블록체인마다 지역적인 기반을 갖고 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혹은 아시아 국가들이 블록체인을 특정 분야에 도입할 때 언제까지 이더리움만 쓸 거냐는 질문이 가능하다. 결국 데이터 중심 시대로 나아갈 거라면, (정부와 기업들이) 퍼블릭 블록체인에 대해 좀 더 전향적으로 문을 열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디파이같은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프라이빗 블록체인 플랫폼에선 나올 수 없지 않나. 

요즘 보면 민간 기업들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에 대한 전향적 태도가 먼저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이 해치랩스의 헤네시스 지갑(월릿) API와 대시보드를 활용해 클레이튼 기반 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걸 보고 우리도 놀랐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그룹사들도 겉으로 잘 알리지 않아서 그렇지 클레이튼에 다양한 기록을 남기는 실험을 하고 있다."

 

―네이버 라인은 CBDC 플랫폼을 개발해 각국 중앙은행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지난해 공개했다

"오늘 처음 이야기하는 건데, 그라운드X도 CBDC 관련 서비스를 준비해 왔다. 한국은행이 CBDC 외부 컨설팅을 마치고 올해부터 파일럿 시스템 구축과 테스트에 들어간다. 파일럿 시스템 구축 사업 공모가 나오면 그라운드X도 지원할 거다. 

이 때 그라운드X가 단독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카카오의 다른 그룹사들과의 연합을 고려 중이다. 그렇다고 카카오 관계사끼리만 하겠다는 건 아니고, 금융기관 등 다른 곳들과도 협업할 계획이다.

구상을 이렇게 잡고 있는 까닭은 클레이튼의 구조가 CBDC를 올리기 딱 좋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CBDC를 중앙은행이 실제로 발행한다면 이더리움과 같이 노드가 수만개인 플랫폼을 쓰기도, 노드가 하나뿐인 프라이빗 플랫폼을 쓰기도 어려울 거다. 여러 은행과 정부기관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노드를 관리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거버넌스 카운슬 기업 32곳이 노드를 운영하고, 그 아래에 서비스체인을 각기 구축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가진 클레이튼이 제격이다. 또 무엇보다 클레이튼처럼 수십개 기업·기관이 각자 노드를 돌리며 1년반 이상 퍼블릭 블록체인을 운영한 사레는 클레이튼이 유일하다.

더불어 카카오가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로 다져 둔 서비스 기반이야말로 리테일 CBDC를 테스트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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